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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D-1…이세돌 vs 알파고, 누가 이길까?

입력 2016-03-08 21:23 수정 2016-03-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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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간의 자존심을 건 '세기의 대결'이라고 표현이 되죠. 누가 이길까… 구글 회장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했지만, 글쎄요. 이세돌 9단에게도 그렇게 한가한 얘기가 통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세돌 9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지금 높은데, 과학계 일부에선 알파고가 5전 전승을 할 거란 예측도 일부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주정완 스포츠문화 부장이 옆에 나와 있는데요. 주정완 스포츠문화 부장은 바둑 아마추어 4단의 유단자이기도 합니다. 어서오십시오.

아마추어 4단이면 알파고하고 싸우면 집니까?


[기자]

네, 집니다. (그렇습니까?) 알파고가 이미 프로기사를 꺾었기 때문에 아마추어 4단 정도는 가볍게 이길 것 같습니다.

[앵커]

프로 2단이었잖아요. 아마 4단은 프로 2단에 상대가 안 되나보죠?

[기자]

아마추어는 프로 초단에게도 대부분 집니다.

[앵커]

제가 모르는 건 아닌데 모르는 척 좀 했습니다. 아무튼 진다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알파고가 의외로 약점도 있다면서요?

[기자]

알파고의 강점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입니다.

3000만 건의 정보를 저장해 놓고, 거기서부터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해나가는 건데요.

그러나 알파고도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초반 포석입니다. 아직 몇 수 두지 않았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거의 무한대여서 좋은 수를 찾아내기가 그만큼 어렵습니다.

또 빅데이터는 오래된 대국 정보를 포함하기 때문에, 프로기사들의 최신 연구 성과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앵커]

지금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셨겠습니다만, 여기 바둑판이 나와 있습니다. 실제로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려야할 것 같은데, 판후이 2단과 알파고의 대결 초반 판세였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판후이 2단과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이고요. 잠시 해설판을 보시겠습니다.

판후이 2단이 흑이고, 알파고가 백입니다. 알파고가 둘 차례인데요.

프로기사들의 최신 연구 성과에 따르면 여기선 이렇게 두는 수가 좋은 수입니다.

우선 이쪽 흑을 공격하는 의미가 있고, 안쪽 집을 지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석이조'라는 건데요.

그런데 알파고는 이렇게 안 두고, 위쪽으로 붙였습니다.

이것도 정석이긴 하지만, 별로 좋은 수가 아니었습니다.

[앵커]

왜 좋은 수가 아닙니까?

[기자]

정석이라고 해서 꼭 좋은 수는 아닌데요. 다음 수순을 보시면 이렇게 진행이 됐습니다. 정석 수순입니다.

이 모양을 살펴보면, 흑은 바둑에서 '4귀생'이라고 부르는 모양인데요. 4군데 구석에 모두 집을 차지해서 실리에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백은 두텁긴 한데 발전성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알파고가 주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정석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렇게 딱딱 두는 걸 보니까 정말 아마 4단이 맞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판후이 2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벌써 4~5달 된 얘기잖아요. 그 때의 알파고와 지금의 알파고는 전혀 다른 알파고다,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그럴까요?

[기자]

알파고는 하루 평균 3만 판씩 대국을 하면서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밤에도 인간인 이세돌 9단은 휴식을 취할 텐데요, 알파고는 자지 않고, 쉬지 않고 연습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더라도 프로기사의 직관과 창의력이 중요한 초반 포석에서 아직 이 9단이 앞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후반에 갈수록 빠르고 정확한 계산과 수읽기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알파고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세돌 9단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연습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기자]

인간인 이상 잠은 자야 되니까요.

[앵커]

물론 그래야겠죠. 그런데 초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굉장히 무식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대개 화점이라고 하죠. 여기에 먼저 두지 않습니까? 아니면 2~3이나… 이 부근에 두죠. 근데 이에 따라서 알파고가 판단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전혀 지금까지 둬본 적 없는 첫 점을 둔다면…. (그렇더라도 알파고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렇게 둔다든가…. (거기까지는 가능한 수입니다.) 그럼 이렇게 둔다면….

[기자]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수라면 이런 수라든지… 실제로 이렇게 컴퓨터와 바둑을 둔 경우가 있습니다. (저보다 더 극단적이군요.) 또는 이런 수 같은 경우에는 간혹 두는 수이긴 하지만 가능한 수입니다.

그렇지만 알파고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초반에 변칙수를 둔다면 응징을 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여기에 두는 건 대개 오목 둘 때 두는데… 알겠습니다. 사실 이세돌 9단 입장에서 이상한 변칙수를 두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겠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알파고의 감춰졌던 실력이 내일 첫 판에서 드러날 겁니다.

그래서 이세돌 9단이 초반에 승기를 잡는 게 매우 중요하고, 첫 판을 반드시 이겨야 할 것 같습니다.

만일 초반에 알파고에게 주도권을 내주게 되면 감정적으로 흔들려서 역전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오늘 이세돌 9단이 아주 의미심장한 얘기를 했는데요. "컴퓨터는 바둑의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바둑의 미학이 있다는 건데, 중요한 대국을 앞둔 승부사의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내일 대국이 오후 1시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대개 승패가 드러나는 것은 그로부터… (5시 내지 6시 무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농을 섞어서 진행하긴 했지만 어찌 보면 심각한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얘기는 잠시 후에 다른 기자를 통해서 보도해드리겠습니다만… 주정완 아마추어 4단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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