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시간 파리, 바벨탑을 쌓다'

입력 2016-02-23 22:23 수정 2016-03-09 11:1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오늘(23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시간 파리는 화살을 좋아한다"

20여년 전, 한 번역 소프트웨어가 "Time flies like an arrow." 시간은 화살처럼 흐른다란 영어 표현을 번역한 문장입니다.

인간의 지적 활동을 기계로 대처하려는 시도. 공학자들이 쌓는 '바벨탑'을 비판할 때 종종 인용되는 사례입니다.

이렇게 한때 조롱의 대상이었던 '파리와 화살'… 그런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어쩌면 화살보다도 빨랐습니다.

음양오행의 철학을 담아 우주를 형상화했다는 바둑을 보지요.

이 오묘한 바둑을 평정한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진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특유의 독설을 담아 5전 전승을 자신했지만, 2년 뒤 있을지도 모를 재대결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았습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 과학자들이 예측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시기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다포스포럼에선 인공지능이 가져올 4차 산업혁명이 화두였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질 거란 리포트가 보고됐습니다.

불과 4년 남은 얘기입니다.

최근 한 국내 경제지가 채용을 결정한 로봇 기자가 있습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분석해 단 0.3초 만에 증시 시황 기사를 오타 없이 써낸다고 하는군요.

언젠간 뉴스를 진행하는 제 자리도 인공지능 홀로그램으로 대신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공지능은 점점 사람을 닮아가는데 정작 사람은 로봇에 밀려 사람대접을 받기 어려운 아이러니.

그래서 이 땅의 '흙수저'들은 조만간 로봇 '철수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앞둔 '알파고'는 지금 이 시간에도 맹렬한 기세로 기보를 분석하고 연습하고 있다고 하지요.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입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쉬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면… 임금피크제에 반대하고 쉬운 해고에 반대하는 지금 노동계의 싸움은 정말 옛날 한때의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지친 사람들이 옛날 공중전화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훗날 우리는 '화살을 좋아했던 시간 파리'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앵커브리핑]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십니다' [앵커브리핑] '우리는 정말 몰랐을까' [앵커브리핑] '볼 수 있다, 매우 보여진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