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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녹취록 정치에 휘둘리는 한국정치

입력 2013-08-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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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녹취록 정치에 휘둘리는 한국정치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로 제시한 이른바 5·12녹취록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원이 지난 6월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 녹취록, 이른바 NLL대화록에 이어 이번 사건을 국정원발 녹취록에 의한 2번째 정치파동으로 보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정원이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녹취록에는 이 의원을 비롯한 통합진보당 간부가 지난 5월 혁명조직 소속 130여명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모임을 갖고 경찰서, 지구대나 무기고,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전개한 국정원은 현역의원으로는 최초로 이 의원에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를 통해 이 의원과 진보당은 차츰 잦아들던 종북(從北)논란에 다시금 휘말리게 됐다. 일각에서는 정부차원에서 진보당 해산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녹취록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국정원은 원내 3당인 진보당에 큰 충격을 가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처럼 메가톤급 충격을 가함으로써 국정원은 궁지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번 사건 탓에 진보당을 비롯한 야당이 주장해온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국정원 개혁,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 사과 등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정원은 이번 내란음모 의혹사건을 통해 국내파트 및 대공수사권 폐지 등 야권의 요구를 반박할 근거를 마련한 셈이 됐다. 아울러 종북 논란에 휘말리는 것을 꺼리는 민주당과 정의당으로 하여금 진보당으로부터 거리를 두도록 만들어 야권의 대오를 흩뜨리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었다.

이처럼 국정원이 5·12녹취록을 통해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려 하자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이 NLL대화록 공개의 데자뷰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원장 지시 말씀' 등으로 정치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되자 남재준 국정원장은 며칠 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 녹취록, 즉 NLL대화록의 기밀등급을 낮춘 뒤 새누리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열람시켰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포기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수개월째 공방을 하는 상황에서 국정원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자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은 '원 전 원장의 기소로 정치 및 대선 개입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국정원이 자기조직을 보위하기 위해 NLL대화록을 공개, 물 타기를 기도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결국 여야는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여부를 직접 확인하자며 의원들로 구성된 열람위원들을 보내 국가기록원 서고를 검색하기까지 했다. 대화록의 존부를 떠나 정치권 안팎의 이목은 온통 NLL대화록으로 쏠렸고 상대적으로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의 파장은 축소됐다.

일부 정치권 인사들 역시 국정원의 이 같은 일련의 녹취록 공개 행위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녹취록을 보면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의 취지가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됐음을 알 수 있다. 국정원이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라며 정상대화록을 짜깁기해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왜곡시킨 사례와 다르지 않다"며 국정원을 비난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에도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물 타기 시도로 보는 이들이 있다.

이 같은 의심 섞인 목소리에 국정원은 '3년째 수사해온 사항을 발표했을 뿐'이라며 녹취록 공개에 의도성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 압수수색 시점과 이에 따라 국정원이 얻은 반사이익을 감안할 때 향후 정치권에서 국정원의 잇따른 '녹취록 정치'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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