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복지 외딴섬…방치된 '미등록 경로당'

입력 2016-11-01 23:03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갈수록 노인 인구가 늘면서 동네 경로당 찾는 분들도 부쩍 많아졌지요. 그런데 상당수 경로당이 법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습니다.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이른바 '미등록 경로당'의 실태를,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 초량동의 마을 야산 아래 낡은 가건물 한동이 눈에 띕니다.

부엌 곳곳에 거미줄이 가득하고 천장 한쪽은 아예 내려앉았습니다.

폐가처럼 보이는 이곳은 마을 노인들의 쉼터인 경로당입니다.

[1시쯤 넘으면 와서 조금 놀다가 저녁때 또 올라와. 놀다가 또 밥을 이렇게 해서 (같이 먹고 가고요.)]

인근의 다른 경로당도 찾아가봤습니다. 회원이 모두 15명인 경로당입니다. 이 좁은 공간 안에서 담소도 나누고 음식까지 해먹는 건데요.

난방시설이라고는 여기 보이는 연탄 난로가 전부인데 건물 자체가 나무판자 등으로 얼기설기 만들어져 있어서 곳곳에서 찬바람까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설이 열악한 경로당 상당수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일명 '미등록 경로당'입니다.

경로당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휴게실 면적이 20m²가 넘어야 하고 별도의 화장실 등도 갖춰야 합니다.

미등록 경로당은 당장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안전시설과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기 힘듭니다.

[부산 서구청 관계자 : 등록 경로당은 국비로 금액이 내려오는데 미등록 같은 경우에는 구비로 해서 등록 경로당보다 조금 적게 드리죠. 한 10만원 정도 차이가 나게 해서…]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 잡은 한 경로당. 노인들은 비가 오면 걱정이 앞섭니다.

주변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 경로당에 오는 게 쉽지 않은데다 건물 곳곳에서 비까지 새기 때문입니다.

별도 공간에 마련된 화장실은 한 눈에 봐도 위험해 보입니다.

[윤배영/부산 대연동 : 질퍽질퍽하잖아요. 화장실도 멀고 그러니까 위험하지… 노인네들이 무슨 힘이 있어요. 나이가 80이 넘고, 어렵지…애로사항이 많죠.]

항의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동사무소 가서도 그걸 강조를 해요. 우리 사람도 무허가냐고. 국가가 고령 노인들 죽으라는 소리는 못하고 귀찮은 존재예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설 보수는 꿈도 못꿉니다.

또 다른 경로당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경로당으로 올라가는 길이 포장도 잘 돼있지 않고 가파르기까지 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굉장히 위험해 보입니다. 건물 벽면도 나무판자와 슬레이트로 덧대어져 있어서 붕괴 위험성도 있어 보입니다

[인근 주민 : (위험해도) 갈 데 없으니까 여기 많이 이용하죠. 정확한 수는 모르겠고 한 10여명이…]

이 경로당은 보시는 것처럼 구청에서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놓은 곳인데요. 이 곳 역시 미등록 경로당이어서 열악한 상황입니다. 직접 들어가서 시설을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바퀴벌레가 여기저기 눈에 띄고 벽에는 곰팡이가 슬어 있습니다. 30명이 넘는 회원이 이용하기에는 내부 공간도 턱없이 좁습니다.

구청에서 매달 지원해주는 4만 원과 회원들의 회원비 3000원이 운영비 전부입니다.

[이춘길/부산 신선동 : (회원비를) 더 많이 내라고 하면 그것도 못 내는 사람들도 있어서요. 돈 버는 사람도 없고 전부 다 나이 먹고 자녀들한테 얻어 쓰고 하면…]

일부 민간 단체들이 지원 사업에 나서기도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닙니다.

[차진구 사무처장/부산창조재단 : 어떻게 보면 관리를 하기 위해 등록 경로당을 지정하고 이렇게 하는데 특성에 맞는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그것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죠.]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소식,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뜩이나 부족한 노인들의 여가시설이 제도와 규칙에 묶여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너무 다른 '핼러윈' 두 풍경…현장 가보니 [밀착카메라] 반복되는 독감 백신난…곳곳서 '비명' [밀착카메라] 돈 없어 폐쇄되고 방치된 '서민 놀이터' [밀착카메라] 돌아온 한강 수상택시, 이번엔 성공할까 [밀착카메라] 무질서로 몸살…'실망대' 된 '만경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