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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싸움에 등 터진 민간업체…문 닫은 웨딩홀들

입력 2017-04-1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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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기업들의 힘겨루기 속에 피해를 보고 있는 민간업체들이 있습니다. 철도 공기업들이 법적 분쟁을 하면서 문을 닫게 된 예식업체들 얘기인데요. 밀착카메라로 취재했습니다.

김도훈 기자입니다.

[기자]

2012년에 들어선 경기도 의정부시 민자역사입니다.

역 대합실 한켠에 위치한 매장에 내걸린 노란색 현수막이 오가는 승객들의 눈길을 끕니다.

이곳은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사 안입니다. 불꺼진 웨딩홀 앞으로 보시면 호소문이 붙어있는데요. 공공기관의 이권 다툼에 폐업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호소문입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한 번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결혼식이 치러졌던 예식홀과 폐백실, 신부대기실은 어두컴컴 합니다.

안내데스크 위에는 직원들이 사용하던 무전기가 널려있고, 벽에 걸린 달력은 지난해 12월에 멈춰있습니다.

연회장 조리실 안으로 한 번 들어와봤습니다. 시설이 석 달 넘게 그대로 방치되면서 곳곳에 이렇게 희뿌연 먼지가 가득하고요. 음식물이 차 있어야 할 냉장 창고는 이렇게 텅 비었습니다. 수도가 끊기면서 이렇게 냄비에는 곰팡이가 가득 찼고요. 음식물도 이렇게 썩은채 방치돼 있습니다.

철도공사와 2013년 초 임대계약을 맺고 10억 원 넘는 공사비용을 들여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철도역사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철도시설공단이 국유재산을 무단점유했으니 원상복구를 하고 사업장을 비우라고 통지한 겁니다.

[예식장 관계자 : 10억원 변상금이 통지서로 날아오고 그 다음에 철도공사에 항의하고 진정서 보내니까 '걱정하지 말고 운영해라' 라고 해서 계속 운영을 했습니다.]

10억 원의 무단점유 변상금은 철도공사가 납부했지만, 사업장을 언제 빼앗길지 모를 불안감에 100명 가까운 직원들도 모두 떠났습니다.

소문이 퍼지면서 70여 건의 결혼식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습니다.

[예식장 관계자 : 양쪽 기관의 싸움으로 힘없는 저희만 피해를 보는데, 누구 하나 나서서 해결하려는 사람도 없고 저희는 답답할 뿐입니다. 빨리 해결되기를…]

철도 공공기관들 분쟁으로 피해를 본 곳은 또 있습니다.

이곳은 KTX 오송역에 위치한 또다른 웨딩홀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부사정은 의정부역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2014년 철도공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철도시설공단이 사전 승인 받지 않은 국유지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고, 변상금 납부를 하지 못해 10개월 간 업체 통장을 압류당하기도 했습니다.

국유재산인 철도역사의 소유권은 철도시설공단이, 운영권은 철도공사가 갖고 있는데 공단 측에서 사전 승인없이 임대계약을 내준 것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장진우/한국철도시설공단 재산운영부장 : 기본적으로 (공단의) 사용 허가 없이 임대했다는 것이고요. 코레일(철도공사)도 변상금을 납부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법원에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입니다.

[박용호/한국철도공사 자산관리부장 : 공공기관으로서 임차인에게 재산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래서 변상금을 대신 납부한 것이고 변상금 부과 적절성은 관련 기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겠습니다.]

협의와 조율보다는 법적 분쟁으로 두 공공기관이 맞서는 동안 그 피해와 억울함은 오롯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민간업체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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