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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공간 삼킨 '수마'…치매 남편의 안타까운 운명

입력 2017-07-23 16:48 수정 2017-07-23 16:48

80대 아내 이웃에 도움 청하러 집 비운 사이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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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아내 이웃에 도움 청하러 집 비운 사이 '날벼락'

반지하 주택에 홀로 남겨졌다가 집중호우에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90대 노인은 평소 치매를 앓고 있었다.

23일 오전 6시 15분께부터 쏟아진 지 폭우는 3시간이 지난 오전 9시가 넘어 노부부가 사는 반지하 주택을 삼키기 시작했다. 집 안으로 빗물이 쏟아 들어오기 시작하자 80대 아내는 평소 알고 지낸 위층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잠시 집을 비웠다.

치매에 거동까지 불편했던 남편 A(96)씨는 집 안을 거침없이 삼키는 수마를 혼자 감당해야 했다.

빗줄기는 점점 심해진 데다 천둥까지 내리쳤다. 현관 앞에 있던 장독대는 빗물에 쓸려 뒤집혔고 반지하 창문 틈 사이로는 끊임없이 빗물이 흘러들었다.

비좁은 반지하 방에서 아내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2∼3분 사이 빗물은 계속 차올랐다.

A씨의 아내가 황급히 윗집 젊은 부부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내려왔을 때 이미 빗물은 허리 높이까지 찬 상태였다.

현관문 앞에는 어느새 시커먼 흙탕물이 들어차 집 안으로 콸콸 흘러들고 있었다.

수압에 현관문이 열리지 않아 이웃 부부와 힘겹게 문의 유리를 깨고 집 안에 들어갔지만, 남편은 이미 의식도 호흡도 맥박도 없었다.

방에 누워있던 A씨는 집 안 1m가량 찬 차디찬 빗물 위에서 천장을 향한 채 떠 있었다.

그는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웃 부부는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떡하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가까운 곳에 살던 아들까지 급히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인천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A씨는 숨져 있었다"며 "A씨의 아내는 자신의 나이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할 정도로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황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불러온 90대 노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온라인에서도 애도의 글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다 놓으시고 좋은 곳으로 가셔서 행복하게 사시길 소망합니다'라거나 '가슴이 너무너무 아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며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반지하에 거주하며 치매를 앓는 96세의 노인 빈민층 문제는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이라며 사회 구조를 꼬집는 댓글도 달렸다.

이날 오전 호우경보가 발효됐다가 해제된 인천에는 남구 110.5mm, 동구 104mm, 부평 92mm, 영종도 85.5mm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A씨가 숨지기 전인 이날 오전 9시께는 시간당 48.5mm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침수된 집 안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죄 연관성이 없는 자연재해로 사망한 게 확실하다고 보고 변사로 처리하지 않고 '행정검시' 후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검시를 하게 되면 유가족은 구청을 통해 긴급재난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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