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본에서는 부부가 같은 성씨를 쓰도록 규정한 민법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이 남편 성을 따르고 있는데요. 차별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본 최고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정헌 도쿄 특파원입니다.
[기자]
도쿄에 사는 학원강사 다나카 에미 씨.
1997년 결혼 당시 '사카이'란 친정 성을 포기하고 남편의 성을 따랐습니다.
[다나카 에미/결혼 전 '사카이 에미' : 지금까지 써오던 성을 쓸 수 없게 되면서 제 자신의 정체성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슬펐습니다.]
117년 전 메이지 민법이 정한 부부 동성 규정이 현행 민법에 그대로 이어진 겁니다.
남편이 부인의 성을 쓰는 경우는 극소수.
지난해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결혼한 여성의 96%가 남편 성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강한 일본 사회에서 여성 차별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2011년 위헌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어제 "성을 바꾸면 정체성을 잃게 된다는 견해도 있지만 옛 성을 통칭으로 사용하면 완화될 수 있다"며 합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상당수의 직장 여성이 경력 단절을 이유로 옛 성도 함께 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인데요.
부부가 각자의 성을 쓸 수 있도록 요구해온 일본 여성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고재판소는 여성에게만 이혼 후 6개월 간 재혼을 금지한 민법 조항에 대해선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DNA 친자 감정이 가능해진 만큼 아이의 친아버지를 놓고 벌어질 혼란은 크게 줄었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