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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수상쩍은 '외국 명문학교'…범법 행위 '얼룩'

입력 2015-12-02 21:57 수정 2015-12-0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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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수많은 '기러기 아빠'를 낳았던 조기 유학 열풍이 최근 많이 식었다고 하죠. 대신 국내 외국인 학교들이 성업 중입니다. 전국에 이미 영미계 학교만 30여 곳이나 된다고 하는데요. 입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영어 하나는 확실히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비싼 학비에도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외국인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학교들이 이름만 걸었을 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더 나아가 범법 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강신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상필/학부모 : 여건이 된다면 더 양질의 교육을 받는 게 좋긴 좋다.]

[김은수/학부모 : 그런 좋은 여건이면 보내야죠. 어떻게든 보내야죠.]

국내 외국인 학교에 내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몰린 건 이명박 정부 시절입니다.

당시 급증하던 조기유학을 막기 위해 외국인학교 설립과 입학 기준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만 설립할 수 있었던 기준을 외국 비영리법인과 사립학교 법인으로 넓혔고, 내국인 입학자격도 외국 거주기간 5년에서 3년으로 낮췄습니다.

특히 내국인 입학생을 정원의 50%까지 허용하면서 국내 학부모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현재 전국에 영미계 학교가 30개를 넘어섰고 재학생만 1만 명이 넘습니다.

세계적으로도 이름 난 400년 역사의 영국 명문학교 덜위치칼리지가 한국에 진출한 것도 이 시기인 지난 2010년입니다.

매년 상당수의 졸업생들이 전 세계 명문대로 진학하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와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에 뻗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이 학교는 600여 명의 학생이 연간 3000만 원의 학비를 내고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강남에서 유일하게 유치원부터 전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어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거나 해외에서 3년 이상 체류해야 합니다.

게다가 각종 영어시험과 인터뷰를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검찰 조사에서 이 학교 학생 16명이 부정입학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대부분 정재계 고위층이나 부유층 자제로 여권을 위조하거나 외국 체류기간을 속여 퇴교 조치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3년도 안 돼 이 학교가 다시 검찰 수사 대상으로 올랐습니다.

수십억 원의 교비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입니다.

[덜위치칼리지 서울 관계자 : 저희 말씀드릴 거 없고요. 나가세요. 일단 나가시고요.]

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이 학교 법인은 홍콩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홍콩 현지 법인 주소을 찾아가봤지만 학교 이름이 적힌 어떤 간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무소 없이 법인 설립 대행업체를 통해 서류만 갖춰놓은 겁니다.

[법인설립대행 업체 관계자 : 우리는 저희 고객의 자료를 마음대로 유출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 학교의 지난해 회계자료에 따르면 58억여 원을 간접비용, 간접고용인 임금 등의 명목으로 지출했는데 구체적인 사용처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법인 서류에 등록된 학교 이사 이모 씨의 집을 찾아가봤습니다.

[주소지 집주인 : 이 이름은 없어요. 정 씨하고 남 씨가 있어요.]

이번에는 학교 운영방식을 정해놓은 정관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학교 운영비의 37% 이상을 씨아이에스알앤디라는 홍콩 회사로 지급하도록 돼 있습니다.

해당 업체의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봤지만, 역시 간판도 없고 문은 잠겨 있습니다.

서류에 나온 이 회사의 주주를 확인해보니 학교 이사 이모씨 부부였습니다.

결국 학교 등기 이사가 외국에 유령회사를 차려 운영비를 받은 셈입니다.

[안창남 교수/강남대학교 세무학과 : 영리법인이 한국 학교 법인한테 용역을 제공하지 않고 대가를 받았다고 한다면 이것은 한국 세법상 실질 과세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취재진은 영국 본교에 수차례 이메일과 전화를 했지만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덜위치컬리지 영국 본교 관계자 : 이메일 받았고요, 우리 직원이 답을 드릴 거예요.]

학교 인가를 내준 서울시교육청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설립자격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이 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반포동 부지를 매년 공시지가의 1%를 임대료로 받기로 하고 50년간 빌려줬습니다.

지극히 이례적인 특혜를 준 것이지만 이처럼 불법, 탈법 의혹이 커지는 동안 어느 누구도 관리 감독은 하지 않은 겁니다.

[김종욱/서울시의원 : 인가취소나 서울시 재계약 문제까지 포함하여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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