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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썩는 감귤에 제주농가 시름…내년이 더 걱정

입력 2016-02-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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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가 뭘까요? 감귤입니다. 역설적이지요. 유례없는 기습 한파와 폭설로 일년 농사를 모두 망쳐버린 건데요.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감귤 농가들의 피해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기자]

제주 서귀포시 일대의 생활쓰레기가 모이는 색달매립장입니다.

차량 한 대가 매립장으로 들어오더니 상자에 담긴 감귤을 바닥에 쏟아냅니다.

지금 제 발에 밟히는 게 모두 다 버려진 감귤입니다. 마치 갯벌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요. 한겨울인데도 감귤이 썩으면서 나는 악취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플 정도입니다.

종아리 높이까지 귤이 쌓이면서 발을 떼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버려진 감귤에서 나온 오염수로 매립장 곳곳에 웅덩이까지 생겼습니다.

지난 1월에만 이렇게 버려진 감귤이 1000톤이 넘습니다.

[폐기 감귤 수거업자 : (올해 버려지는 감귤이 많나요?) 많아요. 엄청 많아요.]

수확한 감귤을 무더기로 버리고 있는 감귤 농가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감귤나무 상당수가 잎이 누렇게 마르는 등 죽어가고 있습니다.

밭 곳곳에는 수확해놓은 감귤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대부분 썩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해 상품 가치가 없는 것들입니다.

[김영순/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 (알맹이가) 물러지고 소비자들이 거의 먹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나무도 죽어서) 2년 동안은 수확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상 기후에다 지난달 말 갑작스러운 한파로 귤 상태가 좋지 않은 겁니다.

[현동희/제주도농업기술원 감귤기술파트장 : 거의 유례가 없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영하 3도에서 6시간 이상 (노출이) 지속될 경우에 동해 피해 과실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유례없는 한파에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귤도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습니다.

상품성이 있는 귤을 열심히 골라내보지만 건질만한 게 없습니다.

[오심순/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 이런 일이 처음이에요. 이보다 못한 일도 없었습니다. 오늘도 네 사람이 일했는데 (제대로 자란 귤은) 100관도 못 땄어요.]

2월부터 3월 사이가 제철인 한라봉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수확철이지만 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한 탓에 크기가 매우 작아서 상품성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요.

수확을 한 한라봉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이렇게 물러버리거나 아예 썩어버려서 내다 팔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상품 가치가 있는 것들을 골라내 선과장에 내놔봤지만 팔리지 않아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피해 농민 : 미리 보낸 것도 퇴짜 맞아가지고 생산자에게 돌아왔어요. 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지난달 폭설로 아예 비닐하우스가 무너져내린 곳도 상당수입니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지붕이 폭삭 주저앉아버렸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기둥이 통째로 뽑혀버렸습니다.

또 이쪽에는 부러진 나뭇가지에 미처 수확하지 못한 한라봉도 그대로 달려있습니다.

수확 전인 귤을 통째로 사들이는 일명 '밭떼기'를 한 상인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피해 상인 : 귤 가격이 X값 됐는데 뭐가 남겠어요. 귤밭에 집 한 채가 달렸는데 속이 좋겠습니까. 10억원을 밭이 얼어서 버렸는데…]

상인들이 수확을 포기하면서 그대로 방치된 밭도 곳곳에 눈에 띕니다.

당장 다음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농민들은 애가 탑니다.

[오두일/제주 서귀포시 하원동 : (귤이) 계속 영양을 달라고 빨아먹는 거 아녜요. 나무가 이거 전부다 죽게 됐어요. (상인이) 포기한다는 말을 해야 따든지 버리든지 하는데…]

제주도청은 피해 현황을 조사한 뒤 보상금 등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한 평생 감귤 농사만을 지어온 농부의 깊은 한숨은 지난해 곶감농가와 배추농가에서 본 모습과 비슷합니다.

기상이변 탓이라고 손 놓고만 있다보면 결국 농부들의 엇비슷한 시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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