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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마치 본능처럼…'C자 형과 S자 형'

입력 2016-05-2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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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C자 형과 S자 형…

잠시 예전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떠올려봤습니다.

사진에서 나타난 젠더, 즉 남녀의 지위 문제입니다.

그날의 수업 내용은 미국 고등학교의 졸업 사진과 결혼식 사진들을 조사해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였습니다.

사진 속 남성은 대개 몸을 C자형으로 구부려 힘을 과시하는 자세를 취했고, 여성은 몸을 S자형으로 해서 남성에게 의지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흔히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이 섹시하게 보인다는 S자형 몸매.

여기에는 남성의 지배와 여성의 피지배 구조가 무의식중에 녹아 들어있다는 것이죠.

즉, 우리는 일상적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성은 지배하고 보호하고, 여성은 복종하고 보호받는다는 것이 마치 본능처럼 이렇게 한 장의 사진 속에도 잠재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담론은 색색의 메모지와 추모 물결로 술렁이는 강남역 10번 출구. 그곳에서 분출됩니다.

정신분열증… 즉, 조현증이 있다는 가해자와 까닭 없는 죽임을 당한 스물 셋의 젊음.

성별이 다른 서로를 향한 증오로 넘실대는 그 많은 단어들.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그 밑바닥에 놓인 것은 젊은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의 빈곤과 그 빈곤한 기회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

그리고 그 안에서 당연히 발생하게 될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를 분노들입니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각자 입에 올리지만 않았을 뿐이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성이라면 공히 경험했을 기억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 밀려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겨우 이 정도입니다. 언론이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그러니 그 복잡한 마음들을 기성세대가 몇 줄의 칼럼과 기사로 분석해낸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기껏해야 여성혐오 현상을 비판하고 조현증 환자를 격리시키라 요구하고, 조악한 화장실을 고치라고 하는 것 외에는 말입니다.

그 이상의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강남역 10번 출구는 오늘도 끊임없이 그 답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에 명쾌하게 답을 내놓기에는 기성 세대들은 아까 말씀드린 C자 형과 S자 형의 오래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성들이 치마 대신 본격적으로 바지를 입기 시작했던 것이 벌써 70여 년 전, 2차 세계 대전 직후부터였는데도 말입니다.

오늘(2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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