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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달걀은 왜 깨는가?…방법 아닌 목적이 문제

입력 2016-05-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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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걀을 뾰족한 쪽으로 깨뜨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사람이 1만 1000명에 이르렀다"

여기 달걀 하나 때문에 3년째 전쟁 중인 나라가 있습니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 릴리퍼트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의 원인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달걀을 어느 쪽으로 깰 것인가?

국왕의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달걀의 크고 둥근 쪽으로 구멍을 내려다가 손을 다치게 되자, 달걀을 깰 때는 작고 뾰족한 쪽으로만 깨라는 칙령이 내려졌고, 그 이후 달걀은 크고 둥근 쪽으로 깨야 한다는 빅 엔디언, (Big-Endian) 즉 큰 모서리파와 작고 뾰족한 쪽으로 깨야 한다는 스몰 엔디언, (Small-Endian) 즉 작은 모서리파 이렇게 나뉘어서 각자 '달걀 깨는 방법'을 가지고 지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정작 달걀을 '왜' 깨야 하는지는 잊은 채 말입니다.

1726년의 조나단 스위프트가 풍자했던 정치권력의 어리석음이었습니다.

"패거리집단. 양아치. 내부 총질자. 자폭테러"

지난 며칠간 여당에서 들려온 극심한 파열음입니다.

총선 참패 이후 40일을 넘겼지만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그 격렬하고도 식상한 싸움.

"언론도 친박·비박 표현 쓰지 말아달라."

그 단어…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동안 본인들이 정략적으로 사용해 오기도 했고, 그래서 공공연하게 통용되기도 했던 그 단어에 대해서마저 대놓고 남 탓을 하고 있는 사이, 그 역시 '낀박'이라는 신조어의 대상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다시 한 번 되풀이하자면 중요한 것은 달걀을 깨는 '방법'이 아니라 달걀을 '왜' 깨야 하는지가 아니었던가.

사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큰 모서리파'와 '작은 모서리파'가 생겨났고, 결국 두 모서리파는 영원히 화해할 수 없었다는 걸리버 여행기. 이 역시 현실을 직설한 잔혹동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생각이 안 나시는 분들을 위해 전해드리자면 이미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 릴리퍼트의 성서에는 "진정한 믿음을 가진 자는 달걀의 편리한 방향의 끝부분을 깨도록 하라"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하는군요.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목적이 문제라는 소인국 성서의 가르침, 아, 물론 목적이 다르긴 해도 이 가르침을 이미 그로부터도 230여 년 전에 실천한 것은 콜럼버스였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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