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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걸그룹의 사죄…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입력 2016-05-18 22:00 수정 2016-05-1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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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걸그룹 멤버들은 고개를 깊이 숙여서 사죄했습니다.

눈물도 흘렸습니다.

"어떻게 독립투사의 사진도 몰라보느냐"

빈약한 역사의식에 대한 비난은 소나기와 같았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욕설과 비아냥이 쏟아졌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소개해드리는 이 내용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주진오 상명대 교수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역사의식을 조사했더니 상하이 공원에서 폭탄을 던진 인물이 '안중근'이라고 답한 학생이 40%.

5·16을 주도한 것이 '전두환'이라 답한 학생이 60%를 넘었다고 합니다.

바로 며칠 전 있었던 역사교육 대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역사학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겪는 역사교과서와 청문회에 나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답변조차 얼버무리는 공직자들. 그리고 우리 안에 들어있는 역사 왜곡은 어찌할 것인가…

생각해봄 직한 일들은 또 있습니다.

"누가 국민에게 총을 쏘라고 하겠느냐"

'오해' 라고 주장한 당시의 최고 권력자. 계엄군의 학살을 '해산작전'이라 서술한
국가보훈처의 안내책자.

멀쩡한 시민을 두고 광주에 투입된 북한군이라 주장했던 몇몇 사람들.

그리고 수십 년간 불려온 그 노래가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다 하여 붙들어 맨 사람들.

이들에게는 다행스럽다 할 만한 설문조사 결과가 여기 하나 더 있습니다.

젊은 2030 세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 내용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전부 다 부를 수 있다고 답한 청년은 단 7% 였습니다.

가사를 전혀 모른다는 청년이 65.2%.

들어본 적이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청년도 약 59%에 달했습니다.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사이에, 우리가 걸그룹의 빈약한 역사의식에 분노하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는 그렇게 또다시 잊혀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시인은 잃어버린 자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50원짜리 기름 덩어리 갈비에 분노하고 땅 주인 대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이 아닌 야경꾼에게… 힘없고 작은 무언가에게만 분노하는 자신을 탓합니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정작 기억되어야 할… 규명되어야 할 진실은 또다시 망각되어 버릴지도 모를…

오늘, 5월 18일에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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