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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회의 개최 지시까지…최순실은 시녀? 대통령?

입력 2016-12-13 18:33 수정 2016-12-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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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의 관계에 대해 연설문이나 홍보물 등에 도움을 받은 정도라고 해명했지만, 검찰 공소장을 보면 최 씨가 권력 서열 1위라는 그동안의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이에 맞서 최순실은 나의 '시녀일 뿐'이고 최 씨의 전횡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며 '억울하다'는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청와대 발제에서 그 배경과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민경욱/새누리당 의원 (10월 21일) : 대통령 연설문이 발표되기까지의 과정을 좀 설명해주시고 최순실씨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상황을 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원종/전 비서실장 (10월 21일) : 그 말씀 들었을 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믿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거는 처음에 저도 기사 봤을 때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중요도도 그러니와 지금 시스템으로 성립 자체가 안되는 얘기죠.]

[민경욱/새누리당 의원 (10월 21일) : 재단 사업의 목적과 조직도 등 문서를 작성해서 차은택 씨에게 건네면 최순실을 통해서 고스란히 청와대 공식 문서로…. 최순실씨가 청와대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가능한가요? 실제로 어떤 상황인지 조사는 해보셨는지요.]

[이원종/전 비서실장 (10월 21일) : 아니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그런 것이 밖으로 활자화되는지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그거는 사실 입에 올리기도 싫은 성립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한 달여 전, 이원종 전 비서실장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던 비선실세의 실체는 검찰 공소장을 통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이 전 실장이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당시 발언대로라면 우리는 지금 '봉건시대'에 살고 있는 셈입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는 유독 봉건시대와 어울릴법한 표현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합니다.

박 대통령과 18년간 일해온 비서관 3인방은 참모나 보좌진보다는 '문고리'로 더 잘 통합니다.

최순실 씨의 운전기사는 이런 폭로도 했었죠.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마친 최 씨가 "아직도 자기가 공주인 줄 아나 봐"라는 뒷담화를 했다는 겁니다.

어제(12일)는 박 대통령이 최 씨를 '시녀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나아가 "최순실은 나와 눈도 못 마주치던 사람이었다"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설명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허드렛일을 맡기는 하인 정도로 최 씨를 여겼다는 겁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 씨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은 최 씨를 믿고 아주 일을 맡겼거나 최 씨의 부탁을 받아 민원을 해주기까지 했습니다.

"최순실은 그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받고 재단의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해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등 재단의 인사 및 운영을 장악하기로 했다" - 검찰 공소장

심지어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수석에게 재단 모금은 전경련이 주도한 것이고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위증을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재단 설립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던 박 대통령이 왜 안 전 수석에게는 청와대 관여를 부인하라고 지시를 내렸을까요? 최 씨 문제 등을 포함해 불법성을 알고 있었거나 은폐하려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최 씨는 심지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개최 여부까지 결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확보한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 녹음파일에는 최 씨가 당초 예정에도 수석비서관회의를 대통령 순방 직전에 열라고 지시한 구체적인 정황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최순실 대통령' 소리가 나오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닌 게 됩니다.

최 씨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등 두 사람 사이에 상하복종관계가 성립할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통령의 암묵적 동의나 묵인,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입니다.

최 씨는 또 박 대통령을 자주 만났습니다.

[최교일 의원/새누리당 (지난 7일) :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몇 번 정도 대면을 하십니까?]

[김기춘/전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 7일) : 일주일에 꼭 한 번씩은 아니고 일이 있을 때는 일주일에 두 번도 되고 또 뭐 일주일에 한 번도 못 뵙는 경우도 있고…일정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실장으로서 대통령을 가장 자주 뵙는 분이라 생각할 수 있죠?) 뭐 비교적 그렇습니다.]

김 전 실장조차 박 대통령을 일주일에 한 두번 만나거나 아예 못 봤다고 하는데 전직 청와대 조리장에 따르면 최 씨는 매주 일요일 꼬박꼬박 관저를 찾았습니다.

박 대통령의 사적 공간인 '내실'도 출입했다고 합니다. 관저에서는 최 씨가 주최하고 문고리 3인방이 배석하는 회의까지 열렸습니다.

그런데도 최 씨의 전횡에 대해 '나는 몰랐다'고 한다면 그건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무능력자라는 걸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40년 지기인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가 정확히 어떠했는지 확인하는 건 특검 조사에서 뇌물죄 입증만큼이나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선출직 공무원인 박 대통령이 민간인인 최 씨에게 통치권력을 넘겨줬다는 정황은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수석비서관회의 개최까지 깨알 지시"…최순실은 시녀? 제2의 대통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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