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팩트체크] 경주 지진, 북한 핵실험 탓?…확인해보니

입력 2016-09-13 21:4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팩트체크는 정치인의 발언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오늘(13일)은 이 내용입니다. 어제 경주 지진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쓴 글입니다. "핵실험 여파가 아닐까 걱정된다"며 북한 핵실험의 관련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동일본 지진 여파다, 라는 전문가의 분석과는 전혀 다른 의견입니다.

오대영 기자, 지금 SNS 상에서 이 논란이 아주 뜨겁죠?

[기자]

네, 정 의원의 글 이전부터 그런 루머는 나돌았는데, 여당의 4선 국회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글을 올리다보니 루머에 힘을 실은 셈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닙니다.

1995년 언론보도를 찾아보면 오스트리아의 지진학자인 칼 플렉이 "프랑스의 핵실험으로 터키와 에콰도르에서 지진이 일어났다"고 주장한 일이 있습니다.

1996년 북한 노동신문은 "지구 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 65%는 핵실험에 의해 초래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앵커]

20년 전부터 비슷한 주장은 있었던 거군요?

[기자]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다 주장으로 끝났고요.

개념은 이렇습니다. 핵실험으로 <폭발>이 일어나면 그 여파로 <자연지진>이 동반된다는 얘기, 다시 말해서 한쪽에서 강한 충격이 일어나면 그 힘이 다른 곳으로 전달돼 표출된다는 원리인데요.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앵커]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이겁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핵 폭발 직후 인근에서 자연지진을 동반할 가능성이 완전히 없지는 않다라고 말합니다. 충격에 따른 '2차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매우 국지적으로, 같은 시점에 일어날 수는 있어도, 이번처럼 큰 시차를 두고 또 먼 거리에서 발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힙니다.

그러면서 제시한 근거가 이겁니다. 첫 번째, 풍계리와 경주 사이에는 60여개의 단층이 있고 풍계리 바로 밑에 길주-명천 구조대, 그 아래에 추가령, 옥천 같은 굵직한 단층들이 있습니다.

핵실험 여파가 미쳤다고 극단의 가정을 하더라도 풍계리에 인접한 '길주-명천 구조대에서 가장 먼저 지진이 일어났어야 했다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저 단층들을 다 건너뛰고 경주로 바로 갈 수는 없다는 얘기군요?

[기자]

그렇죠. 두번째, 9월 9일의 인공지진 규모가 5.04였는데, 경주는 최대 5.8이었습니다.

핵실험 충격이 사흘 뒤에 더 증폭됐다는 건데, 이 역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세 번째 근거, 올해 4월 16일에 있었던 일본 구마모토현의 지진을 보겠습니다.

같은 유라시아판에 속해 있는데, 경주에서의 거리가 380km입니다. 풍계리보다 215km, 훨씬 더 가깝습니다.

당시 규모 7.3이었는데, 같은 논리라면 당시에도 우리에게 큰 영향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여기선 다만 일부 전문가들의 얘기가 약간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구마모토 지진과 경주 지진의 연관 여부는 좀 더 봐야 한다는 이견을 내기도 하지만, 북핵과는 관련이 없다라는 겁니다.

[앵커]

결론은 핵실험과 경주의 지진은 관련이 없다는 얘기네요?

[기자]

저희가 오늘 취재한 6명의 전문가들은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공통적으로 말했고, 일부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단언했습니다.

미국 지질연구소도 지난 6월에 유사한 발표를 했는데, 제목이 오늘 팩트체크의 주제와 똑같습니다.

"핵폭발이 자연지진을 일으킬 수 있나?"인데요.

결론이 이렇습니다. "핵실험과 대지진 사이에 증명할 수 있는 인과관계가 없다"

[앵커]

인과관계가 없다, 명료하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관련기사

[팩트체크] 한나라당, 17대 국회 때 '공수처' 찬성했다? [팩트체크] 여야 3당 대표 연설 속 '숫자' 검증해보니 [팩트체크] 정세균 국회의장 '정치중립 의무' 어겼나? [팩트체크] 싱겁고 밍밍한 '한국 맥주'…규제 때문에? [팩트체크] 낙동강 녹조 생활폐수 탓?…확인해보니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