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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한나라당, 17대 국회 때 '공수처' 찬성했다?

입력 2016-09-08 22:00 수정 2016-09-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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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승민 의원/새누리당 : 공수처는 17대 국회 때는 우리가 찬성하던 거였어요. (지금) 법원이나 검찰 스스로의 개혁에 도저히 맡길 수가 없는 상황이고…]

요즘 팩트체크는 지속적으로 정치인들의 발언을 추적하고 있는데요. 오늘(8일) 주제는 유승민 의원의 이 발언입니다. '새누리당이 공수처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이미 17대 때 한나라당이 찬성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치권의 공수처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지요. 여당도 애당초 공수처 취지에 동의했다는 뜻이기 때문인데, 과연 그런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오대영 기자, 17대 국회면 2004년부터니까 12년 전에 공수처에 찬성했다는 얘기인데요?


[기자]

맞습니다. 2004년 4월 30일부터 4년간 임기였거든요. 그 기간 중에 찬성했다는 게 유승민 의원의 발언 취지인데요.

그 기간 중에 찬성이 있었느냐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 저희가 이걸 한 번 봤습니다.

그 근거가 2004년 4월 15일 총선 때 한나라당의 공약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앵커]

이게 공약집 원본인가요? (네.)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라고 나오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총선 공약은 그 당의 당론이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공약을 내걸었다고 이걸 '찬성'으로 봐야하느냐, 이건 조금 다른 문제죠.

17대 국회가 개원한 뒤 4년간 실제로 한나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해왔는지를 봐야 유 의원 발언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회 회의록과 당시 발언들을 근거로 정리를 했습니다. 2004년 5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은 '공수처 신설'을 추진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같은 공약을 낸 한나라당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7대 국회에 문을 연 6월부터 '대통령 직속'의 공수처는 안된다고 돌아섰습니다.

[앵커]

노 대통령 지시 이후 검찰이 거세게 반발했었던 기억입니다. 그런데 저때는 한나라당이 공수처를 그 자체가 아니라, 반대한 것이,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안된다고 주장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집중되면 안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2004년 한나라당 공약집으로 돌아가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17대 국회 시작 이후에 공약에서 선회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로부터 56일 뒤인 8월 13일에, 한나라당은 공수처 신설 자체를 반대하며 '백지화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앵커]

결국은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얘기죠. 아예 백지화를 요구했다… 총선 때 공약을 철회한 것으로 봐야 되나요 그럼?

[기자]

그건 조금 더 들여다봐야 되는데요. 결의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전면 백지화", "제2의 사직동팀", "별도 기구 신설이 아니라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히고 있으니까 공약과는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이 결의안은 한나라당 의원 30명이 공동으로 발의했는데, 공교롭게도 유승민 의원의 이름도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유 의원은 17대 국회 때 찬성을 했다고 어제 말했는데, 이 결의안 상으로 보면 반대잖아요?

[기자]

그래서 유승민 의원 측의 입장을 들어봤는데요, "대통령 직속으로 하는 걸 반대한다는 것이었고, 그 부분은 지금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당시 결의안에는 보신대로 '대통령 직속' 뿐 아니라 공수처 신설 자체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앵커]

이 결의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결국 폐기가 됐죠, 그 당시에. 그래서 이거 하나만 보고 한나라당이 '반대했다'고 볼 수는 없는 부분도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물론 그렇게 볼 수 있고요. 또 결의안이나 법안에 본인이 이름만 올리는 것도 국회의원의 관례 중 하나인 것도 사실입니다.

[앵커]

잘 읽어보지도 않고요?

[기자]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이 그랬다는 건 아니고요. (네.) 그래서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살펴봤는데, 이건 17대 상반기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발언 내용인데요.

실제 공수처 법안을 담당했던 분들입니다. 당시 최연희 의원은 상임위원장이라 발언을 삼갔고, 나머지 위원들은 모두 공수처 반대 의사를 뚜렷하게 밝혔습니다.

"검찰 길들이기다", "검찰 기능을 훼손한다"고 했습니다.

한나라당은 17대 개원 이후에 반대로 돌아섰고, 당시 법사위원 절대 다수도 이렇게 반대했기 때문에 "17대 때 한나라당이 찬성했다"는 유 의원의 발언은 맞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앵커]

네, 공수처가 옳은 제도라거나 당시 도입했어야 한다라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저희가, 어쨌든 결과적으로만 보면 그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로 공수처 도입은 무산됐던 것으로 봐야 되겠네요?

[기자]

그것은 제가 그래픽으로 다시 한 번 설명드릴 텐데요.

2004년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04년 11월9일, 한나라당 반대 속에 정부가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공수처가 아닌 '상설 특검'을 논의하는 쪽으로 여야의 절충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결국 2005년 12월 열린우리당은 '상설 특검 도입'을 전제로 후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2년여 뒤 법사위 회의를 마지막으로 17대 국회에서 '공수처' 논의는 사라졌습니다.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반대를, 야당은 찬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앵커]

네, 그래서 이번에 과연 어떻게 될지가 더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무척 상세히 취재를 한 것 같군요. 잘 들었습니다.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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