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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층 로비 생존자 "우현 출구로 갈수 없던 상황, 밧줄 줬다면.."

입력 2014-05-12 22:20 수정 2014-06-17 10:03

"물에 잠긴 상황에서 좌현 출입구로 빠져나가 수영해 탈출"

"해경 탈출 방송 들리지 않아…도착 알았다면 물 들어오기 전 나갔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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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상황에서 좌현 출입구로 빠져나가 수영해 탈출"

"해경 탈출 방송 들리지 않아…도착 알았다면 물 들어오기 전 나갔을 것"

[앵커]

방금 보도된 사고 당시 영상과 상황을 저희에게 전해주신 생존자분을 연결해서 좀 더 얘기 나누겠습니다. 이분께서는 당시 '헬기에서 밧줄 하나만 내려줬어도 승객들이 더 살 수 있었다'고 특히 구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셨는데요. 한승석 씨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사고 당시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요, 배 안에서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처음 기울어지기 전에 로비 안내데스크 옆쪽에 매점에서 화물기사분들하고 아침밥 먹으려고 라면 먹으러 가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게 몇 시쯤이었습니까?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그때가 8시 넘은 상황이었거든요. 시간 체크는 잘…지금 그 시간을 잘 모르겠고요.]

[앵커]

8시 좀 넘었을 때는 배가 기울어졌다거나 하는 건 전혀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처음에는 몰랐는데 한순간에 기울어졌습니다. 45도가 한순간에.]

[앵커]

갑자기 기울어졌다는 거죠?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천천히 기울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에. 한 번에 기울어지면서 로비에 나와 있던 아이들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매점에 있던 학생이 냉장고에 깔리고, 그다음에 같이 있던 분도 화상을 입고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그 시간이, 사고 시간이 8시 45분~55분 사이 된 것 같은데 배가 좌측으로 기울어졌고 앞서 보도해 드렸던 것처럼 선생님께서는 출입문이 2개 있는 3층 좌현 쪽에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네, 좌현 바로 옆에 안내데스크 쪽에 옆쪽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어요.]

[앵커]

출입문이 2개인 것은 확인하셨나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네, 저희는 좌현이랑 우현이랑 나가는 문을 다 알고 있었거든요. 좌현은 우리가 기울어지는 쪽이고 우현 쪽은 바로 눈에서 보여요. 눈에서 이렇게 기울어지면. 위쪽에 출입구도 있고 저 위쪽으로 가면 산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본능적으로.]

[앵커]

지금 저희 화면에는 기울어진 배와 지금 계셨던 곳에 출입문이 2개가 있다는 것을 지금 보여드리고 있는데 아래쪽은 물에 잠겨 있는 상황이었고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위쪽으로 가면 산다는 건 알아요.]

[앵커]

아는데 위는 너무 경사져서 못 올라갔다면서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못 올라갔어요. 노력은 했는데요. 로비에서 잡을 데가 없었어요. 올라가려고 하면 계속 미끄러져 내려오니까.]

[앵커]

그러면 한승석 씨께서는 밑의 물에 잠긴 부분으로 나오셨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그렇죠. 잠기기 시작해서 해수면이 난간으로 해서 물이 차기 시작해서 저희 머리보다 2m 이상 해수면이 위에 있을 때 물 절벽이 생기더라고요.]

[앵커]

물 절벽이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그러니까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해수면 위 있잖아요. 나가는 곳으로 물이 들어오니까 그 사이에 공간이 생기더라고요. 그 파도가 그 물이 동굴 입구처럼 만들어지더라고요. 그 속으로 들어가야, 저기를 들어가야 살아나는데 일반 상식으로 배운 사람들은 여기 들어가면 알아요. 배가 침몰하면 빨려 들어가는 건 알아요. 그러면 이거 수영해서 나가야 되는데, 그런데 여기서 죽을까봐 저기 일단 나가 보자 해서 수영해서 들어가기 시작한 거죠.]

[앵커]

그래서 한승석 씨를 비롯한 몇몇 분들은 지금 그림에 보는 대로 좌현 쪽의 출구를 통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바깥으로 나온 상황이죠, 수영해서.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네, 들어가서 올라왔다는 거죠.]

[앵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 지금 한승석 씨는 그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습니까?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아니요, 안 입었습니다. 입고는 싶었어요. 그런데 애들 입혀주고 애들 학생들, 먼저 여학생들 입히고 환자들 입히고 하다 보니까 없었어요.]

[앵커]

그러면 그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였다면, 저 화면처럼 저 화살표처럼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엄청 많았죠. 왜냐하면, 처음 기울어질 때 기울어지고 침수되기 전까지만 해도 구명조끼를 입혀놓고 있는 상태니까. 물속으로 우리가 뛰어내리는 것과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하고는 다르잖아요.]

[앵커]

그렇다면 저희가 며칠 전에 보여드렸던 화면이 있는데요. 어업지도선이 저 좌현 기울어진 쪽으로 다가가서 물속에서 솟아오른 승객을 구해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그게 그쪽에서 우리는 솟아나왔어요.]

[앵커]

그게 열 몇 분 중의 한 분이었으리라고 추측은 할 수 있는데, 아이들은 그나마 거기서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모양이죠?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제가 지금도 후회되는 게 왜 구명조끼를 입혔느냐는 게 후회돼요. 만약에 안 입혔으면 수영해서 나왔잖아요. 구명조끼라는 게 물에 뜨는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물속으로 들어가서 처음 시작점부터 물속으로 들어가야 되잖아요.]

[앵커]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야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수영을 못하면 구명조끼 때문에 오히려 수영을 더 못해요. 맞잖아요.]

[앵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어떤 형태로 그러니까 위로 못 나오면 밑으로 해서라도 나왔다면, 당시에 해경 헬기라든가 또 해경 123정이 가서 탈출하라고 수차례 방송을 했다고도 했는데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안 들렸어요.]

[앵커]

안 들렸습니까?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전혀 안 들렸고요. 그 다음에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게 그 부분입니다. 해경이 밖에 도착한 걸 알았으면 물 들어오기 전에 다 나갔죠. 헬기소리는 들렸어요. 헬기 온 건 소리가 들리는데 다 살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잖아요. 헬기는 왔는데 우리가 좌현쪽에 있었잖아요. 우현쪽으로 올라가지 못했는데요. 저기 올라가면 사는데 진짜 헬기가 도착했을 때 헬기 도착한 다음에 한 20분 정도 있다가 물 들어오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 거기서 한 분이라도 내려와서 우현에서 통로가 있어요. 거기서라도 밧줄이라도 누가 하나라도 던져주면 저 옆에 있던 학생이나 일반 10명 이상은 더 살 수가 있었어요. 올라가면 산다는 걸 알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더 많잖아요. 그게 전혀 없었어요, 저희는. 그냥 헬기 오면 나중에 방송 보고 알았지만 나와 있는 사람들 먼저 올렸어요. 로비에서는 헬기소리만 들렸지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앵커]

보다 적극적인 구조활동이 없었다는 증언이시네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그렇죠.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밑에서 위로 올라가면 당연히 살아요. 산으로 비교하면 산불이 났는데 산 위로 가면 사는데, 불 나는 데서 불 피할 곳으로 가는 거랑 똑같은 건데, 올라가면 사는데 올라갈 방법이 없다는 얘기죠. 그런데 헬기소리는 들리고 그러면 거기서 한 사람만 진짜 누가 한 사람 그쪽에서 와서 줄 하나만 잡아주면 한 사람만 올리면 그다음부터는 그 한 사람이 한 사람 또 도와주고 도와주고 하다 보면 20분, 30분이면 열 사람 이상은 더 살 수 있었다는 거죠, 제 생각은. 시간적 여유가. 그게 안 됐었다…]

[앵커]

선생님께서 찍은 동영상을 보면 저희가 다 전해드리지는 않았습니다마는 타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을 다 찍어놓으셨던 거군요. 특별히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그냥 구명조끼 다 입히고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아, 이제는 죽는구나. 여기 있는 사람들 얼굴이라도 남겨놔야 나중에 우리가 죽어도 누구누구 있었구나라는 걸 알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얼굴만이라도 다 찍어놓자 해서 그렇게 해 놓은 겁니다.]

[앵커]

유가족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마는 살아난 사람들한테도 하루하루가 참 힘든 날인 것 같습니다.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죄인 같아요, 죄인.]

[앵커]

방송에서 말씀하시기가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 오늘(12일) 어렵게 나와주셨군요.

[한승석 씨/세월호 생존자 : 저 안 하려고 했어요. 이제는 이거 생각도 안 하고. 이제는 울다 지치니까 이제 눈물 나지도 않고 너무 그냥 살아남은 게 죄인 것 같은 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

[앵커]

알겠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세월호 사고의 생존자이신 한승석 씨. 3층에 계셨었는데, 조금만 더 적극적인 구조가 있었더라면 안타까운 그런 희생을 줄일 수 있지 않았겠냐 하는 말씀이셨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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