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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넘고 물건너' 미 국경 향하는 캐러밴…도착후 '운명'은?

입력 2018-11-06 15:28

중미 출신 망명 기각률 70∼80%…소수만 합법 정착 가능할 듯
구금 생활하며 까다롭고 오랜 법적 절차 감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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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출신 망명 기각률 70∼80%…소수만 합법 정착 가능할 듯
구금 생활하며 까다롭고 오랜 법적 절차 감내해야

'산넘고 물건너' 미 국경 향하는 캐러밴…도착후 '운명'은?

미국 정착을 바라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천신만고 끝에 미국 남부 국경에 도착하더라도 그들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국경에 도착한 캐러밴 앞에 반(反)이민 정책을 대폭 강화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까다로운 관료주의와 오랜 시일이 걸리는 법적 절차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캐러밴 참여자 중 대다수는 미국에서 진행한 망명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를 내심 바라며 기약 없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최종적으로 몇 명이 난관을 뚫고 미 남부 국경에 도착할지 미지수다.

한때 7300명까지 불어났던 1차 캐러밴 규모는 현재 약 4000명으로 줄었다.

후발 캐러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 도착한 중미 이민자들이 고국에서의 폭력이 두려워 망명을 신청한다면 국제법에 따라 이를 청취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이렇게 망명을 신청하려는 이들은 먼저 미국에서 진행되는 초기 인터뷰 때 모국에서 '신뢰할만한 두려움(credible-fear)' 탓에 피신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신뢰할만한 두려움' 심사를 통과한 망명 신청자들은 1∼2개월 소요되는 이민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민 당국의 보호시설에 수감될 수 있다.

풀려나더라도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전자발찌를 차고 수년 동안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또 고국에서 정치나 종교 등을 이유로 박해를 당할 심각한 두려움 때문에 도망친 이민자들은 국제법에 따라 난민으로 간주된다.

이민자가 설령 미국에 불법 입국해 망명을 신청하더라도 미 정부는 그 주장을 청취해야 한다.

그러나 가정폭력이나 범죄집단 폭력의 피해자는 망명을 신청해도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지난 6월 밀려오는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해 가정폭력과 범죄집단 폭력의 피해자를 망명 허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같은 달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 여론의 거센 비판에 밀려 불법 입국자와 그 자녀를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철회했지만, 불법 입국자를 모두 기소해 구금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캐러밴 중 미국의 엄격한 망명 심사를 통과하는 이는 소수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 샌디에이고와 멕시코 티후아나 국경에 도착한 캐러밴의 전례를 보면 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민자 인권단체인 푸에블로스 신 프론테라스에 따르면 당시 국경에 도착한 캐러밴 1500명 중 250명만이 현재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청문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까지 3명만이 망명을 허가받았다. 함께 도착한 다른 이민자 중 일부는 구금되거나 추방됐다.

시러큐스대학 처리기록접근정보센터(TRAC)의 분석에서도 중미 이민자들이 망명 심사를 통과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잘 드러난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망명 신청자 상위 10개국 중 멕시코인의 거부율이 88%로 가장 높았고 엘살바도르(79%), 온두라스(78%), 과테말라(75%)가 뒤를 이었다.

캐러밴에 동참해 어렵사리 미국 국경에 도착해 망명 신청을 해도 10명 중 7∼8명은 기각된다는 얘기다.

캐러밴이 점차 북상하자 미국은 캐러밴의 불법 입국을 막으려고 현역 군인을 남부 멕시코 국경지대에 배치했다.

앞서 캐러밴은 멕시코 경찰이 과테말라와의 국경 다리를 막자 강을 건너 멕시코로 몰래 입국했다.

하지만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몰래 넘다가는 자칫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고생 끝에 미국에 입국하더라도 열악한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천 명의 중미 이민자들을 위한 텐트 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망명 신청이 처리되는 동안 이민자들이 텐트촌에 장기간 구금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캐러밴은 5일(현지시간) 국경에 도착한 자신들을 기다리는 암울한 현실에도 수도 멕시코시티까지 희망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온두라스 출신의 솔리스 메디나(41)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높은 곳에 계시는 신이 모든 것을 주관하실 겁니다"라며 '아메리칸 드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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