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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선아의 안전모'

입력 2018-12-19 21:48 수정 2018-12-1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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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스물아홉 살 취업준비생 '선아'의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매일같이 이력서를 쓰고 낙방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삶을 꾸려나가는 청년입니다.

"세상은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선아는 가진 게 없다.
의도하지 않았지만…그냥 내 이야기가 나오더라" 
- 문인혜 작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문인혜 작가 역시 선아와 비슷한 나이라고 하니까 선아는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누이이며 누군가의 친구 혹은 우리 자신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까닭 없이 불안하고 주눅 들어있던 그는 어느 날 낡은 공사장에서 노란색 안전모 하나를 발견합니다.

그리고는 왜 그랬을까…

무심결에 모자를 집어 머리에 쓴 청년은 중얼거립니다.

'살아남고 싶어…'

만약 그들에게도 안전모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이제 갓 수능시험을 마치고 마음이 부풀었을 학생들은 애끓는 가족과 살아남은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세상과 작별했습니다.

가스누출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는데, 만원이 조금 넘는 가스경보기조차 없었던 숙박 시설과 허술한 관리 감독…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기에 더욱 참담했던 하룻밤이었습니다.

첫 직장에 취업한 부푼 마음으로 새 양복을 입고, 뽐을 냈던 청년에게도 세상은 안전모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 마련한 손전등과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 어려운 그 컵라면…

그들 역시 그림책 속 주인공 선아처럼 '살아남고 싶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지 않았을까…

선아는 다음 날 아침 다시 안전모를 쓰고 거리에 나섭니다.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고 수많은 인파 사이를 가로지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선을 돌려보면 저마다의 머리 위에 얹어진 노란빛의 안전모…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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