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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엔 경기장도 전장…미국 vs 소련 '빙판 위 기적'

입력 2015-02-24 22:04 수정 2015-02-25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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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세기 냉전시대,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북한에 진다는 건 우리 선수들에겐 씻을 수 없는 죄가 됐던 그 시절. 미국과 소련에게도 경기장은 전쟁터였습니다. 1980년 2월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에서 무적의 소련이 애송이 미국에게 무너지는데요.

경기장으로 옮겨온 냉전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 경기, 송지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미국이 2대3으로 뒤지던 3피리어드.

소련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면서 열세였던 미국이 반격에 나섭니다.

소련 진영으로 들어가던 미국 실크, 패스를 받은 존슨이 소련의 골키퍼 다리 사이로 슛을 날립니다.

동점골로 환호에 휩싸인 관중석.

불과 1분여 뒤, 미국 에루지오니가 소련의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중거리슛, 4대3 역전의 드라마를 씁니다.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소련 공격수들은 소나기 공격을 퍼부었지만 퍽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았습니다.

무적 소련에 버티고 버틴 끝에 한 점차 리드를 이어간 미국, 10여초를 남기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갑니다.

[현지 중계방송 : 11초, 여러분 10초 남았습니다.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 5초 남았습니다! 여러분, 기적을 믿습니까! 믿기지 않습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 승리의 기쁨에 휩싸인 미국은 이 경기를 미라클 온 아이스, 바로 빙판 위 기적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소련을 이긴 이틀 뒤, 바로 35년 전 오늘, 미국은 핀란드까지 꺾고 아이스하키에서 금메달을 따냅니다.

[이고르 쿠퍼만/당시 소련 신문기자 : 대학생들한테 졌다고요. 술 취한 거 아니면 정말 믿기지 않았죠.]

1968년 그르노블부터 동계올림픽에서만 21연승. 64, 68, 72, 76년 등 올림픽 4연패의 소련은 최강의 전력을 갖고도 대학생으로 팀을 꾸린 미국에게 진 겁니다.

[성백유/하키뉴스 편집장 : 브라질 축구가 최강이라고 하지만 월드컵 4연패를 하진 못했거든요. 예선을 2위로 통과하고 겨우 4강에 올라서 결승을 갔는데 기적을 일으킨 거예요.]

아이스하키 역사의 최고 명승부, 아마도 이런 영예를 얻은 건 그 시절이 냉전시대였기에 가능했을지 모릅니다.

베트남전 후폭풍이 완전히 걷히지 않은 데다 불황에 의기소침했던 미국, 그런 상황에서 '주적' 소련을 꺾었다는 건 미국인들에게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미국은 빙판 위 기적을 되새깁니다.

지난 10일 기적의 경기장, 당시 우승을 이끈 감독 이름을 딴 허브 브룩스 아레나에 기적의 주인공들이 모였습니다.

[데이브 실크/당시 미국 국가대표 : 열정적이었던 그 때의 감정들이 생각납니다. 그 순간이 그립습니다.]

냉전 시대, 모든 분야에서 소련을 넘어서고 싶었고 그 기적을 만들 영웅이 필요했던 미국.

35년 전 빙판 위에서 펼쳐진 명승부는 미국인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습니다.

어쩌면 미국과 소련이 맞대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냉전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해 7월 열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소련의 아프간 침공을 비판하며 불참했고, 1984년엔 소련 등 동구권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보이콧해 4년 전 일을 되갚습니다.

냉전이 끝난지도 오래 된 지금, 미국과 러시아가 맞붙는다면 이번엔 의미를 붙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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