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토익 점수와 각종 자격증을 뜻하는 이른바 '스펙'이 취업의 필수 요건이 된 지는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이런 '스펙'을 가급적 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쓸데없는 스펙쌓기의 폐해를 없애자는 건데,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새 기준이 될 직무능력 평가에 맞추기가 더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정엽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토지 측량을 주로 하는 한 공기업에 입사한 31살 양재훈씨는 토익 점수, 이렇다 할 자격증도 없습니다.
대신 군대에서 측량병으로 근무했고 인턴을 거친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양재훈/대한지적공사 신입사원 : 업무에 관련된 경험만을 가지고 평가를 했지, 그 외적인 걸로는 전혀 평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앞으로 공공기관 채용을 양씨처럼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입사원서에서 토익이나 각종 자격증 란을 없애, 스펙을 아예 보지 않겠다는 겁니다.
먼저 올해 130개 기관에서 3천명을 이렇게 뽑고, 장기적으론 모든 공공기관에 도입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공공기관 취업준비생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 맞는 직무를 일일이 다 배울 수 없어 응시 기회가 되레 줄고, 준비 비용도 더 들 거란 우려 때문입니다.
[취업준비생 :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그것(직무능력)에 대해 대비하기도 어려운 입장이고 그래서 부담이 더해진 거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SK나 LG 같은 대기업에 이어 공공기관도 스펙철폐를 선언했지만, 취업준비생들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