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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도 몰랐던 정운호 사건 배당, 브로커는 어찌 알았나…의혹 '눈덩이'

입력 2016-04-28 11:49 수정 2016-05-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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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감 중인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계 구명 로비 의혹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 대표 재판을 둘러싼 각종 추문은 '법조 게이트'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법원과 검찰은 기본적인 경위 파악 외엔 거의 방관하고 있어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대표 구명활동을 했던 법조브로커 이모씨가 항소심 사건 배당 당일인 지난해 12월29일 모처에서 서울중앙지법 L부장판사와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이후 당사자 및 법원 측이 내놓은 해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L부장판사는 당시 정 대표 사건이 자신에게 배당된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약속은 이미 보름 전에 잡혔던 상태라고 밝혔다.

판사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더라도, 문제는 브로커 이씨도 정 대표 사건이 L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겠느냐는 부분이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L부장 판사는 한 언론에서 '이씨와는 1년에 한두번 만나는 사이'라고 말했다.

L부장판사 설명대로라면 1년에 한두번 만나는 사이에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우연히 정 대표 사건 얘기가 나왔다는 것인데,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상황이 너무 부자연스럽다.

L부장판사 본인은 정 대표 사건 배당 여부를 몰랐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씨는 그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담당 판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씨가 사건 배당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자체로 간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법원 형사사건은 컴퓨터를 이용해 무작위 선택 방식으로 배당되고 있다. 이런 시스템에서 이씨가 정 대표 항소심 재판부를 미리 파악했다는 것은 사건 배당에 깊숙이 관여한 제3자의 도움을 받았다는 결론 밖에 나올 수 없다. 법원 내부 직원을 통해 배당 결과를 빼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의혹을 풀 열쇠를 쥔 브로커 이씨는 다른 청탁 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 선상에 이미 올라있는 상태다. 그러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검찰을 통해서도 구명 활동을 했다는 의혹 또한 여전히 남은 상태다. 무엇보다 정 대표가 법원에 보석 신청을 한 뒤 검찰이 제출한 의견서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당시 검찰은 의견서에 '위 보석 청구는 사안에 부합하도록 적의 처리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기록했다. '적의 처리'라는 표현은 통상 법원이 보석을 허가하면 검찰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때 사용한다.

하지만 정 대표의 경우에 검찰이 왜 '적의 처리' 방침을 택했는지는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개업 변호사는 "검찰이 '1심 선고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양형 부당을 주장하고는 2심에서 1심 보다 낮은 형을 구형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구치소 생활 중 자필로 작성한 메모지에 검사장 출신 유명 변호사 이름이 올라 있는 사실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검찰이 공소 유지를 하는 과정에서 이처럼 이례적 판단을 한 과정에 해당 유력 변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원과 검찰은 그러나 정 대표 관련 의혹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입장이다. 언론에서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밝혀내면 그때가서 진상조사를 검토해보겠다는 식이다.

법원 관계자는 "정 대표와 최 변호사가 이런저런 주장을 하고 다니는 모양인데 사실로 확인된 게 뭐가 있느냐"며 "섣불리 진상조사에 나섰다가 되레 법관의 독립성을 헤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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