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40대 탈북자가 건물 안에서 유리벽을 닦다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북한에선 산부인과 의사였지만, 국내에선 자격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고 하는데요. 결국 공사장을 전전하고 미화원 일을 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북한고위급 인사의 망명 소식 한켠에서 전해진 탈북자의 현주소이기도 합니다.
서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많이 울었으니, 올해는 기쁜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다"
48살 탈북자 김모씨가 남긴 일기입니다.
김씨는 지난 13일 인천 송도동의 건물 안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에스컬레이터와 유리창 사이 틈에 발을 헛디뎌 13m 아래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김씨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산부인과 의사였습니다.
북한에선 상류층이었지만 아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2006년 탈북했습니다.
하지만 남한 정착 이후 의사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공사장 일용직 생활을 했습니다.
2010년부턴 고층 건물 주차관리와 청소를 하는 업체에서 일해왔습니다.
[유족 : 괜히 한국에 와서 살면서 후회하지 않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가족과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고 얘길 하시고…]
김씨는 사고 당시 안전모나 생명줄은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김씨 동료들은 안전 교육이 형식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씨 동료 : 겨울철이니까 눈 조심하고 미끄럼 조심하고. 그걸(안전 교육 내용을) 그냥 돌아가면서 (읽는 거예요.)]
업체 관계자는 김씨가 원래 주어진 업무를 하다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업체 책임자를 대상으로 안전 관리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