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 감독들에게 공공의 적이었다"
조혜정 전 배구감독이 11일 방송된 JTBC '정관용 라이브'에 출연해 스포츠계의 양성평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조혜정 전 감독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프로배구 감독이다. 올림픽 배구 동메달리스트로 활약했고, 지난 2010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GS칼텍스 서울 KIXX배구단 감독을 역임했다.
조 전 감독은 "미국, 중국, 북한은 여자 감독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가 60세에 첫 프로감독을 할 만큼 여자에게 문이 높았다"고 이야기했다.
여성 1호 감독에 대한 편견도 컸다. 조 전 감독은 "남자 감독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 좋은데 경기장에서는 '여자에게 지면 자리를 빼앗긴다'는 생각으로 타겟이 된다"고 자신은 공공의 적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배구팀 감독직은 모두 남자가 차지하고 있다. 조 전 감독은 "한 번 물꼬가 터지고 여자에게 자리를 내어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감독부터 심판까지 모두가 갖고 있었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조 전 감독을 괴롭힌 건 '만회할 수 없는 실패'라는 점. 그녀는 "남자 감독들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 때문에 재기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자 감독은 '여성이라서 안 돼, 시기상조야' 하는 이유 때문에 실패가 그냥 끝이었다"고 여성지도자가 나오기 힘든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해외에서는 어떨까? 임오경 서울시청 핸드볼 감독은 "일본에서는 성차별을 전혀 못 느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줬고, 성적에 대한 대우를 확실히 해줬다"며 "한국에 왔을 때 성차별을 느끼고, 여자로 태어난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JTBC 방송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