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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희망→실망→여운…반전의 '하노이 일주일'

입력 2019-03-02 20:41 수정 2019-03-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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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베트남 하노이는 말 그대로 숨가쁘게 돌아갔습니다. 비록 합의는 무산됐지만, 현지에는 다음 회담을 기대하는 여운이 짙게 남았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7일간 하노이 현지를 다니며 그 변하는 분위기와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최수연 기자입니다.
 

[기자]

◇ 기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손님맞이에 들어간 하노이는 분주합니다.

레드카펫은 기본, 페인트 칠에 변기까지 뜯어내며 곳곳이 리모델링 중입니다.

회담장과 숙소가 어딘지 알아내려는 취재 경쟁도 시작됐습니다.

도시는 점점 철통 보안입니다.

경찰 수만 명이 투입됐고 도로와 호텔 출입이 막힙니다.

통제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곳 시민들에겐 뜻깊은 회담입니다.

[베트남 하노이 시민/베트남전쟁 참전 : 내가 18살 때 베트남전쟁에 총 들고 나갔었다. 베트남인으로서 이번 회담이 뿌듯하고 밝은 평화가 기대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도착하는 동당역.

빗속에 새벽부터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여기서 김정은을 보다니 와…경호하는 사람들이 너무 커. 북한 사람들이 저렇게 안 큰데 진짜 크네.]

북새통 속에서 북한기자도 마주합니다.

[북한 기자 : (선생님은 언제쯤 오셨어요?) 나요? (그냥 반가워서 여쭤봤어요. 김 위원장 언제 오는지 들은 거 있으세요?) 나도 모릅니다. 그래서 여기 올라와 있지 않습니까, 나도 지시받고 하는 사람이라…]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촬영하는 장면도 벌어집니다.

[전 남에서 온 기자인데요!]

그날 밤 트럼프 대통령까지 도착하자 호텔 앞이 들썩입니다.

[베트남 하노이 시민 : (트럼프 보려고) 한 시간 반 기다렸어요.]

◇ 희망 - 260일 만의 재회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1차 회담도 큰 성공이었지만 2차는 더 대단할 것]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나의 직감으로는 좋은 결과 생길 거라고 믿습니다.]

긍정적인 발언에 기대감이 고조됐습니다.

회담장 뒤편에는 두 정상을 보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고 촬영합니다.

전세계 취재진 3000여명도 집결했습니다.

실시간 중계부터, 각종 장비도 동원합니다.

본 회담 초반만 해도 기대감은 여전했는데

[김정은/북한 국무위워장 : 환상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환상적 성공 거둘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실망

예정된 오찬이 열리지 않습니다.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현장은 술렁입니다.

결국, 협상 결렬은 공식화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오늘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침묵하던 북한은 자정을 넘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용호/북한 외무상 :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회견 소식에 금세 길목이 막히고,

[못 들어가고 있어요.]

소란까지 벌어졌습니다.

◇ 여운

합의는 불발됐지만, 미소는 잃지 않았습니다.

다음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나는 그를 좋아합니다. 사이가 좋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시죠.]

[조선중앙 TV :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시었다.]

하노이에는 짙은 여운이 남았습니다.

55년 전 김일성 주석이 하노이를 방문했을 때 환영 행사에 나갔던 그는 이제 62살입니다.

[응우옌반하이/베트남 시민 : 7살 때 김일성 주석이 마을에 왔던 생각이 생생합니다. 이번에 결정이 안 나도, 곧 좋은 결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끝내 '하노이 선언'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한반도의 평화'는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작가 : 신희숙 AD : 이승민·이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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