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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활주로에 전입신고' 농·어촌전형 합격, 어떻게?

입력 2012-01-27 22:58 수정 2012-04-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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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어촌 특별전형을 악용해 편법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낸 비뚤어진 자녀사랑이 최근 감사원에 적발됐는데요. 여수공항 활주로로 주소지를 옮겨서 자녀를 대학에 합격시킨 사례를 JTBC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어떻게 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공항 활주로로 전입이 가능했을까요.

이윤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전남 여수시 율촌면 신풍리 551과 551-1번지.

여수공항 격납고 앞 활주로입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2006년 40대 남성 A씨와 B씨는 이 주소로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위장전입입니다.

이렇게 주소를 옮긴 덕분에 A씨와 B씨 자녀는 2009년 서울의 중상위권 사립대에 나란히 입학했습니다.

농어촌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겁니다.

감사원은 항공사진 분석을 통해 이들이 농어촌 특별전형을 악용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A씨의 직업은 건축사.

감사원은 조회를 해도 다른 거주자의 이름이 뜨지 않는 활주로로 주소를 옮긴 것 같다고 의심합니다.

활주로에 전입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공항 직원들도 황당해합니다.

[여수공항 관계자 : 황당한데. 공항 내에 격납고 앞에는 포장된 거(활주로) 밖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율촌면사무소는 2003년 공항 증축 전까지는 550번지 일대가 마을이었기 때문에 이전 민가 주소를 가져온 전입자들에 대해 확인을 못하고 전입을 받아준 것 같다고 해명합니다.

[율촌면사무소 관계자 : 담당자 한 사람으로 확인하기 힘듭니다. 면 필지로 보면 수만 필지가 되거든요.]

주소지를 읍면지역으로 옮기는 위장 전입자를 일일이 가려내기 힘든 허점을 교묘하게 악용한 겁니다.

A씨와 B씨는 또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한 직후인 2009년 나란히 주소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농어촌 특별전형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거나 소외된 농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대학 당국의 심사 소홀과 제도를 악용하려는 일부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이기심 때문에 취지가 퇴색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감사원이 적발한 479건의 부당 입학 사례 중엔 여러 명의 대학교수와 정부부처 5급 사무관, 경감급 경찰 등 공무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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