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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생살부와 살생부, 한순간 훅 간다

입력 2016-02-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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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1453년, 계유정난을 기획한 책사 한명회. 닷새 동안 혼자 골방에 앉아 살릴 자와 죽을 자 생살부(生殺簿)를 만들어 수양대군에게 바칩니다.

김종서, 황보인… 단종의 충신들이 한명회가 놀린 붓끝에 따라 쇠몽둥이에 맞아 죽어나가죠.

TV드라마에도 수없이 각색돼 등장한 계유정난의 그날.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야사일 뿐, 정사에 '생살부'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50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 그 생살부는 글자의 순서를 바꿔, 죽이고자 하는 뜻이 더 명확해진 살생부가 되어 때만 되면 정치권을 유령처럼 떠다닙니다.

진박과 비박으로 나뉜 새누리당은 이른바 '살생부'를 놓고 하루종일 삿대질을 벌였습니다.

"자해공갈이다" "공천학살이다"

서로가 서로를 '한명회'라고 지목하는 아이러니.

새누리당은 진실을 알아야겠다며 살생부 논란을 놓고 대질심문까지 벌인다 했지만 어찌 보면 살생부의 존재 유무는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이 여당의 총선화두가 되면서 붓끝으로 적지만 않았을 뿐, 이미 살생부는 공공연했는지도 모르죠.

그래서일까요?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 새누리당 회의실의 새 문구는 살생부 논란과 맞물려 묘한 콜라보를 연출합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이러한 정치투쟁은 진실로 국민을 위해서인가… 이들이 경기를 일으키듯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살생부'의 공포를 사실 노동자들은 '희망퇴직'이란 그럴싸한 이름 아래 매일매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정치인들이 참으로 무서워해야 할 살생부는 정사는커녕 야사에도 등장하지 않는 힘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살생부라는 것…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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