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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십니다'

입력 2016-02-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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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베트남 참전 용사이십니다'

오늘(18일) 앵커브리핑은 이 말로 시작합니다.

어제 미군의 주력무기인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을 날았습니다.

그 외에도 B-2 폭격기, 핵 항공모함…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 또한 우리 상공과 바다를 향해 출동해 세를 과시했습니다.

"우리도 핵무장하자" 집권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런 주장도 나왔습니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 같기도 하고 또 짧은 경험으로 보자면 해당 국가들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이렇게 한번 크게 들썩이다 말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엄연히 휴전 국가인 우리의 신세로 보자면 이른바 전쟁이라는 단어는 마치 우리의 DNA에 박힌 무늬처럼 늘 우리의 삶에서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 그리고 전쟁을 겪은 세대가 공존하는 2016년. 전쟁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자 고엽제 피해 국가유공자이십니다"

한 뉴스룸 시청자의 사연입니다.

그의 대구 고향집에 남은 건 파병선이 잠시 체류한 일본 해안에서 찍은…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앳된 얼굴이 담긴 사진과 베트남참전용사의 집이라는 현판뿐.

그리고 아버지의 오른편 다리엔 지뢰 폭발사고로 생긴 큰 흉터와 고엽제 영향이라 판정된 당뇨와 고혈압, 간염…

아버지는 월남전 덕에 험난한 세상을 이겨냈다며 참전을 자랑스러워하신다고 합니다. 그의 자긍심에 우리는 물론,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아버지의 앨범 속에 파병을 앞두고 전우들과 함께 작성했던 롤링페이퍼를…

청룡부대 마크며 해병대 도하 장면이 인쇄된 종이 뒷면엔 스무 살 안팎 청년들의 그런저런 꿈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이 아저씨들하고 지금도 연락해요?" 던지듯 돌아온 아버지의 대답… "몇 명 못살아 돌아왔다"

한참 뒤 앨범을 다시 찾아보니…누가 그랬는지…그때 그 종이의 뒷면은 다시는 볼 수 없게 풀로 단단하게 붙여져 있었다고 하는군요.

마치 모두 잊으려는 듯 말입니다.

아들은 이야기합니다.

"저는 전쟁을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도 알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저도 언젠가 아픈 가족의 기억을 삭제하고 이럴 바엔 그냥 시원하게 한판 붙어보자는 말을 할지도 몰라서… 잊지 말자 싶어 이 글을 적습니다"

아마도 전쟁은 그런 것일 테지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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