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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지진 발생 후 관광객 '뚝'…애타는 경주

입력 2016-10-1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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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천년 고도'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 대략 한달이 지났는데요. 복구 작업이 생각보다 더딘 데다 여진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기면서 시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고석승 기자가 경주의 모습을 담아왔습니다.

[기자]

수백여 채의 집이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황남동 한옥마을입니다.

곳곳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손도 못댄 곳이 수두룩합니다. 지붕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깨진 기왓장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데요. 마을의 상당수 집이 이렇게 수리가 끝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당수 집들이 당장 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파란색 방수포로 지붕을 덮어놨습니다.

[마을 주민 : 비 새지, 비 새니까 저걸 덮어놨지. 돈이 1000만원 들어. (정부에서) 반만 지원해줘도 얼마나 고맙겠어.]

진앙지 인근 마을도 당연히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입니다.

기와 지붕은 여전히 방치돼있고 갈라진 담벼락도 그대로입니다.

[고귀분/경북 경주시 내남면 : (수리도) 안 해주더라. 물어보지도 않고. 지진 더 난다 하면 절단 난다.]

무너진 생활 터전만큼이나 경주 시민들의 애를 태우는 건 지진 이후 뚝 끊어져버린 관광객들의 발길입니다.

특히 가을 수학여행철 대목을 앞두고 있던 유스호스텔 등 숙박업소들은 이번 지진으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 업소만 해도 9월부터 11월까지 초등학교 30여 곳의 수학여행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취소된 상태입니다.

500명 정도 수용 가능한 지상 3층 규모의 비교적 큰 숙박 업소입니다. 지진 이후 현재까지 보시는 것처럼 모든 객실이 텅 비어있는 상황입니다.

숙박객이 없어 성수기에 대비해 미리 사놓은 식재료들도 모두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김정자 대표/OO유스호스텔 : 바로 들어오는 첫날 첫 단체부터 안 오고 취소 돼버렸어요. 정말로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사실 불안해요. ]

몇년 새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문 닫는 업소가 속출하고 있던 상황에서 지진까지 발생한 겁니다.

숙박업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논의해보지만 당장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윤선길 회장/경주불국사숙박협회 : 수학여행만 받는 숙소이기 때문에 학교에 위약금을 받으면 내년에 안 와요. (정부에서는) 보상은커녕 지원 대출도 단 1원 한푼 우리한테 안해줬어요.]

경주시내 음식점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윤영선/OO식당 업주 : (관광객이) 안들어오니까. 경주 자체를 안들어오시는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고 다 같이 겪고 있는 거니까. 그렇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성수기여야 할 가을철에 경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진 겁니다.

[김옥경/택시기사 : (택시를) 타는 사람이 없잖아요. 보통 한 17~18만 원씩 벌었는데 요새는 10만 원도 못해요.]

[최훈/특산품 판매 업소 업주 : 유통기간이 거의 다됐거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만기에 가까운 건 그냥 (방문객들) 먹으라고 시식으로 내놓고 있어요.]

고심 끝에 경주시는 유명 사적지의 관람료를 한달 동안 받지 않기로 하는 등 고육지책을 내놨지만 아직 큰 효과는 없습니다.

주요 관광지의 공용 주차장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해놓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주차된 차는 거의 없고 대부분 텅 비어있습니다.

불국사, 석굴암 등에는 그나마 관광객들이 눈에 띄지만 지진 이전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준입니다.

[최병한 과장/경북 경주시청 안전재난과 : 관광객들이 겁이 나서 오지를 않아요. 안전 진단을 다 했습니다. 특히 호텔, 펜션 등 숙박 업소는 피해 자체가 없었고 안전한 상태입니다.]

경주를 찾은 관광객들도 오기 전까지는 고민을 했다고 말합니다.

[김영일/서울 청파동 : 지진 크게 났다고 해서 살짝 걱정은 했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어서 생각보다 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지지부진한 복구에다 관광객들의 외면까지 겹치면서 경주는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지진 한 달째, 관광도시 경주에 가장 필요한 건 사람들의 발길과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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