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이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과거 대형 사고 피해자들은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위로라고 말합니다.
홍상지 기자입니다.
[기자]
2003년 2월 황명애 씨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로 고등학교 졸업생이던 딸을 잃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황명애/대구 지하철 사고 피해자 : 오늘 아침에도 버스 타고 오다가 버스 안에서 갑자기 생각나서… 슬픈 게 아니고 진짜 여기(가슴)가 아파요.]
사고 당시 맞은편 열차에 타고 있던 정모 씨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정모 씨/대구 지하철 사고 피해자 : 평생을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거고, 돌아가신 분들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지난해 7월 충남 태안에서 일어난 해병대 캠프 실종 사고 피해자들의 아픔도 아직 아물지 못했습니다.
[박지원/태안 해병대 캠프 사고 피해자 : 눈빛을 못 마주치겠어요. (죄책감도 그렇고) 집에서 100m, 200m도 안 되는 슈퍼 하나를 못 나가겠더라고요.]
지칠 때마다 그나마 힘이 된 건 같은 슬픔을 겪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황명애/대구 지하철 사고 피해자 :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라 아픔으로 맺어진 가족이기 때문에 아픔에 대해서 편안하게 이해하지 않습니까?]
피해자들은 어떤 심리적 치료보다도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 대책 마련이 가장 큰 위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