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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보일러 배관…사고 날 수밖에 없었던 부실 시공

입력 2018-12-21 08:47 수정 2018-12-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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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릉 펜션 사고의 원인은 보일러 배기 가스 누출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잠정 결론이 났죠. 경찰은 일산화탄소 가스가 언제 어떤 경위로 누출됐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습니다. 배기 가스와 보일러에 대한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의 정밀 감식은 오늘(21일)도 진행됩니다. 감식 과정에서 보일러 상태도 일부 공개됐는데,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취재기자와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안태훈 기자,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 보일러 시공의 문제로 좁혀지고 있어요? 
 
 

[기자]

네, 현장 사진 보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공 전문가들은 이 사진을 보고 단번에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보시는 건,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 '배기구'인데, 배기관이 자세히 보시면 어긋나 있습니다.

특히 이 어긋난 부분에 내열실리콘으로 시공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배관이 어긋나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조임쇠 또한 전혀 채워져 있지 않은 모습입니다.

다음은 '급기구'를 보겠습니다.

외부에서 산소를 빨아들이는 공급통로인데, 설치 매뉴얼과 달리 중간 부근이 보일러와 연결되는 위치보다 아래로 내려앉아 있습니다.

이렇게 설치되면 산소가 보일러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보일러 안에 물이 고일 수도 있고요. 불완전연소가 일어날 가능성 또한 높아집니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일산화탄소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랬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도 보일러 내부 습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이 연통이 언제, 왜 이렇게 어긋나게 됐는지도 역시 조사 대상입니다.

이 외에도 경찰은 보일러가 무자격자에 의해 시공된 게 아닌지 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보일러를 어떻게 설치해야 올바른 것인지, 좀 더 살펴보죠.

[기자]

화면을 보면, 오른쪽이 제대로 시공된 것입니다.

왼쪽과 다르게 급기구 중간 부위가 내려앉지 않습니다.

또 급기구가 배기관보다 높게 설치돼 있습니다.

배기관에는 뜨거운 기체가 흐르기 때문에 물이 찰 수 있는데, 급기구가 이보다 낮게 설치돼 있으면 급기구로 물이 들어갈 수 있어서 배기관을 더 낮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배기관의 이음매마다 내열실리콘과 밴드, 즉 '조임쇠'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렇게 설치해야 올바른 보일러 구조가 됩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의 경우,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보일러가 시공됐고 배관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군요?

[기자]

화면에 보이는 사진들처럼 설치돼야 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다면, 보일러에서 앞서 말씀드린대로 결로, 즉 물방울이 맺히거나 물이 고여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불완전연소 발생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렇게 되면 보일러 내부 기체가 팽창해 배기관을 압박하게 됩니다.

배기관 이음새가 틀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고현장 보일러에는 배기관 이음새마저 없거나 견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처럼 무자격자가 보일러를 잘못 설치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펜션 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에서도 무자격 시공이 그렇게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열관리시공협회가 무작위로 100세대를 점검해 봤더니 20곳 이상이 불량시공 되어있었습니다.

특히 섬 지역에서는 보일러 시공 자격자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리감독을 해야 할 한국가스안전공사나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열관리시공협회나 전국보일러시공협회에서는 '명예지도원'이 돼 홍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고, 관련 법안도 국회에 올라가 있는데, 1년 가까이 통과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 한국가스안전공사가 2차례나 해당 펜션을 점검했는데, 적합 판정이 내려졌습니까?

[기자]

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 펜션의 보일러는 2014년 설치 당시 가스안전공사의 '완성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완성검사'를 통과하려면 보일러를 시공한 사람의 정보 등을 기록한 노란색 '시공표지판'을 부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해당 보일러 시공표지판에는 애초부터 시공자 정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합격 판정 자체가 잘못됐고, 무자격 업체가 업자가 보일러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이후 2016년에 용량이 다른 가스탱크로 바꿨는데, 이때 또다시 가스안전공사로부터 합격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스 안전점검을 할 때 액화천연가스와 같은 가연성 가스 누출 위주로만 검사가 이뤄지고 배기가스 누출 검사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집의 보일러가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꼭 확인해 보실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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