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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산 곳곳에 꽁초…겨울 산불 '불씨' 우려

입력 2019-12-26 21:36 수정 2019-12-26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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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에도 산불이 심심치 않게 납니다. 그래서 등산로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한 건 이미 오래됐지만, 실제로 가보면 여전히 담뱃불 붙인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감시초소에는 라이터 같은 화기를 두고 산을 오를 수 있게 돼 있지만, 아예 잠겨 있습니다.

그 현장을 밀착카메라, 정원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수원의 광교산.

주차를 하고 등산로로 오르는 길에 한 무더기의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말라붙은 낙엽에 행여 옮겨붙기라도 한다면 불은 번질 수도 있었습니다.

산림법상 산 주변 100미터 이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산불 신고소가 등산로 초입 부근에 하나 있는데요.

이렇게 굳게 문도 잠겨 있고 안에 사람도 없습니다.

사실상 산불 조심 기간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등산객 : 두 사람이 있는데 어떤 때는 있고 어떤 때는 없고 그래요. 의자 이런 데 아래 담배꽁초 몇 개씩 있어요.]

인근의 칠보산에도 감시초소가 있지만, 역시 잠겨 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산 중턱에도 산불 감시탑이 있습니다.

이렇게 올라가는 입구부터 잠금장치를 걸어뒀는데 한번 올라가 보겠습니다.

올라와서 봐도 잠겨 있기는 매한가지인데요.

안쪽에 산불 진화 장치들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잠겨있다 보니까 때문에 쓸 수는 없습니다.

산불이 나더라도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박기숙/경기 수원시 : 여기 감시탑에 올라가서 뭐 어디서 불날 줄 알고…소용없어요. 약수터에 있는 물바가지도 없어져요. 중요한 건 시민의식이에요. 산을 아끼고…]

산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화기를 소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산안내소나 산불감시초소엔 등산객들을 위한 화기 보관함이 있기 마련.

산에 들어갈 땐 라이터나 버너 등 화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과태료를 물 수 있기 때문에 등산객들이 두고 갈 수 있도록 이런 화기물보관함이 있는데요.

잠겨 있기 때문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 안이 텅텅 비어 있습니다.

물론 등산로에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은 건 아닙니다.

전보다 담배 피운 흔적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등산로 입구엔 보통 산불 조심 현수막이나, 흡연 금지 등 경고문이 붙어 있어 경각심을 일깨우지만.

[송기모/경기 수원시 : (등산로에서) 담배 피우고 그러시는 분은 전혀 못 봤어요. 예전에도 가끔은 봤는데…]

등산로를 벗어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한적한 곳에선 사람 눈을 피해 대수롭지 않게 피는 겁니다.

본격적인 등산 탐방로는 아니지만,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언제나 산불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담배꽁초가 여기도 하나, 그리고 여기도 하나 있고요. 또 여기에서도 하나를 발견했는데요.

막상 불이 붙으면 산으로 번져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주민 : 여긴 등산로가 아니잖아. 은연중에 피워. 그래서 담배꽁초가 많아. 담배꽁초가 처음엔 불 안 나요. 근데 어느 정도 지나면 불이 붙어가지고 바람 불면 불씨가 날아다녀. 그래서 위험한 거지.]

지난해 500여 건의 산불 발생 건수 중 300여 건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에 발생했지만 산불 조심 기간이 아닌 때에 발생한 건수도 170건이 넘습니다.

인적이 드문 등산로 한복판에서도 누군가 피고 버린 꽁초를 볼 수 있는데요.

바싹 마른 낙엽들이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만큼 겨울철 산은 산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산행하는 우리 스스로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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