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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했고…'

입력 2015-07-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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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서울 노량진의 아침풍경입니다. 어디론가 바쁘게 향하는 젊은이들로 분주하지만 걸음 소리와 자동차 소리를 제외한다면 거리엔 침묵이 흐릅니다.

조용한 청춘들. 오늘(30일) 앵커브리핑은 오래된 화두를 다시 한 번 꺼내볼까 합니다.

"화창한 봄이었을까?"

작가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란 단편을 펼쳐봤습니다.

"그것은 방이라고 하기보다는 관이라고 불러야 할 크기의 공간… 그 좁고 외롭고…정숙해야만 하는 방 안에서 나는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했고…"

비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젊은 청춘의 모습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세상이라는 냉정한 문 앞에서 침묵해야 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입니다.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했고…'

오늘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말입니다.

왜 이들은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해야 하는가. 상반기 20대 청년실업자가 41만명.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취업을 포기한 취포자와 취업재수생까지 합하면 그 수는 무려 12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지난달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몰린 인원만 13만명입니다. 취업이 두려워 졸업마저 미루는 학생들로 대학은 넘쳐납니다.

사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들이지요.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 역시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어 보입니다.

경제회생이란 명제 하에 대통령은 스스로 금기시했던 사면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을 압박해 쥐어짜낸 대책은 실상 절반 이상이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일자리였습니다.

[나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도 내가 뭔지 잘 알 수 없으므로 오랫동안 멍하니 천장을 본다]

[하루종일 하는 말이라곤 '조용히해' 밖에 없는 고시생]

오늘도 조용히 도서관과 고시원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아들, 혹은 딸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상이 있습니다.

'너무 힘든데 안아주세요'

등장하는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반입니다. 시민들은 함께 아픔을 같이 합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든, 대학 졸업반이든, 졸업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희망으로 말해줄 수 있는 사회는 언제 올 것인가. 웅크리고, 견디고, 참고, 침묵한 것에 대한 보상은 있는 것인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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