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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문 열면 낭떠러지…생명 위협하는 비상구

입력 2014-12-04 21:05 수정 2014-12-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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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재가 났을 때 대피해야 하는 문. 바로 비상구입니다. 말 그대로 비상구는 비상시 생명을 살려야 하는 문이지요. 그런데 희한한 비상구들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면 자칫하면 죽습니다.

낭떠러지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오늘(4일) 강신후 기자의 밀착카메라에서 이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기자]

비상구는 생명의 문입니다.

소방방재청에서 제작한 포스터입니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화재사고가 많이 예상되는데요. 생명을 지켜주는 이런 비상문 앞에는 물건을 둬서도 안 되고 폐쇄하거나 잠가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어떤 비상구는 차라리 잠가놓는 게 낫다고 하는데요. 한 번 보시죠.

여기는 독신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원룸텔입니다.

화재나 비상시 바로 이 비상구를 통해서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 또 다른 문이 있는데요, 한 번 열어볼까요?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발 디딜 곳도 없는 그야말로 낭떠러지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고시촌 건물.

여기도 원룸텔입니다. 뒤로 보시면 이곳이 바로 비상상황 시 대피하는 곳인데요. 비상상황을 모면하려다가 오히려 추락사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송모 씨/고시 준비생 : 비상구가 낭떠러지이다 보니깐 아찔해요. 화재 시에 대피할 공간도 없고 술에 취해서 추락할 위험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위험한 비상구가 모두 소방안전기준을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가로 75cm, 세로 150cm의 부속실을 설치하고, 피난기구를 구비해 놓으면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정영갑/소방특별조사관 : 현재는 법규상 특이사항은 없는데 1미터 정도의 안전로프라든지 안전 난간을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겠습니다.]

그러나 낭떠러지 비상구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경기도에서 술을 마신 40대 남성이 4층에서 추락해 숨졌고, 올해 4월에도 20대 여성이 3층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했습니다.

추락위험이 있는 비상구는 우리 주변 곳곳에 있습니다.

이곳은 서울시내의 한 상점가입니다. 위로 보시면 아찔한 비상구가 층층마다 보입니다.

다중이용시설로 등록돼 있지 않거나 면적이 30평 이하인 건물의 비상구는 소방안전법을 적용받지 않습니다.

보완책으로 나온 발코니형 비상구도 안전을 장담할 순 없습니다.

이곳 비상구는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련법에 따라서 가로 1.5m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렇게 문에 걸려서 공간이 반밖에 확보되지 않습니다. 이 시설물도 상당히 낡았습니다.

별도의 피난기구에 대한 점검도 부실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비상시에는 탈출장비인 이런 완강기를 사용해야 됩니다.

사용설명서에 따라서 후크를 걸어보고 싶은데, 보시는 것처럼 후크가 딱 달라붙어 있습니다. 여기 지지대도 튼튼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비상구가 계단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계단으로 탈출하는 비상구입니다.

하지만 옆에 이렇게 자전거, 못 쓰는 의자, 빨래 거치대가 있어서 쉽게 빠져나오기가 힘듭니다.

여기까지 오면 기계가 있어서 탈출하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도 비상문인데 이렇게 잠겨있습니다.

조금 더 탈출로로 내려가 볼까요? 여기 보시면 짐이 곳곳에 놓여 있어서 탈출이 용이하지가 않습니다.

비상구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부속실과 발코니가 설치됐지만, 이마저도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 데다 계단식 탈출로도 잠겨 있거나 막혀있는 겁니다.

소방방재청에서 입수한 추락위험 비상구 현황입니다.

휴업을 한 500여 곳을 제외하고는 발코니나 안전로프 설치 등 안전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 같이 위험한 비상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총체적인 안전재점검과 제도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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