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치열했던' 합병 전쟁…삼성,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입력 2015-07-17 20:31 수정 2015-07-17 22:06

44일간 공방전 끝에 오늘 표결로 결정
"승계 과정 떳떳하지 못하다" 비판
글로벌기업에 걸맞는 투명한 지배구조 필요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44일간 공방전 끝에 오늘 표결로 결정
"승계 과정 떳떳하지 못하다" 비판
글로벌기업에 걸맞는 투명한 지배구조 필요

[앵커]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은 유례없이 치열했습니다. 결국, 삼성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삼성의 승계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번 합병전에서 삼성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취재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장정훈 기자, 삼성과 엘리엇 싸움 소송전, 광고전 굉장히 치열했는데 그간의 쟁점을 한번 짚어볼까요.

[기자]

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계획을 발표한게 5월 26일 입니다. 그로부터 8일 뒤인 6월 4일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한다고 선언하면서 양측의 공방전이 시작됐습니다.

엘리엇의 반대 이유는 잘 알려졌다시피 삼성물산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겁니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을 1:0.35로 정했습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100주씩 가지고 있는 주주가 합병 후에는 제일모직 주주는 그대로 100주를 갖게 되고 삼성물산 주주는 35주만 가지게 된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합병되면 엘리엇은 삼성물산 주주들만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렇게 엘리엇의 반대목소리가 터져나온 이후에 다급해진 삼성은 백기사로 KCC에 삼성물산이 가지고 있던 자사주 5.96%를 팔기도 했고요.

엘리엇은 법원에 주주총회가 열리는 것과, KCC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두 건의 소송에서 삼성 손을 들어줬고, 급기야 오늘 44일간의 공방전 끝에 찬반 표결에까지 이른 겁니다.

[앵커]

표결에서 삼성이 이기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오늘 합병 자체가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강화 목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거든요.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삼성이 얻은 건 합병성사일 겁니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도 절차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삼성의 취약점이 다시 한번 노출됐습니다. 바로 경영권 승계 과정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비판입니다. 그건 잃은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많이 갖고 있어서, 두 회사를 합병하면 대주주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삼성물산이 갖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1%까지도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됩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그룹 내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이 강화되는 구조입니다.

엘리엇은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었고, 오늘 주총장에서도 "삼성이 오너의 이익을 위해 다른 주주들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나온 이유입니다.

[앵커]

비단 삼성뿐 아니라 대기업들이 다 비슷한 상황인것 같은데, 대기업의 지배구조 이부분이 굉장히 취약하다 취약한 부분 때문에 결국 공격을 받는게 아니냐 하는 부분이 합병 과정에서 지적이 됐지요.

[기자]

그렇지요. 삼성의 문제는 곧 국내 대기업 대부분의 문제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국내 대기업들은 오너 일가가 5% 남짓한 지분만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경영의 주요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고, 대부분 순환출자구조를 갖고있는데 이 약한 고리를 공격하면 쉽게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 헤지펀드들이 자주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분석입니다.

또 외국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들이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런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사내 유보금 등으로 쌓아놓기만 하고, 신제품개발이나 연구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 하지 않고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외국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기업은 특히 배당도 인색하다 이런 인상을 갖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번에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엘리엇에 동조한 것도 취약한 지배구조,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런 이유때문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합병과정에서 보면 대기업들은 이런 주장을 폈지요. 지금보면 외국기업들 같은 경우는 경영권 보호장치가 마련되어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현실에 비추어 볼때 대단히 취약한 구조다 라는 주장을 많이 폈고, 반대로 한편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기 위해서는 오너에 집중되어 있는 부분을 개선해야하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기업을 키우거나 상속을 하다 보면 지분이 자꾸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재계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도입되면 이번과 같은 공격에서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고요 또 사회 저변에 퍼져있는 우리나라의 반재벌 정서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인 듯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덩치가 커진 만큼 그에 걸맞는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큽니다.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오너 일가 중심의 의사결정구조에서 벗어나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경영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도 더 많이 하고, 또 어떤 문제가 불거진 이후가 아니라 평소에도 주주들과 소통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관련기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엘리엇 "실망스럽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개미' 표심 어디로? 삼성물산, 엘리엇에 법으로는 '완승'…합병 성공할까 제일모직 주총, 삼성물산과 합병 만장일치로 승인 "경영 판단" vs "오너 세습"…삼성물산-엘리엇, 첫 법적공방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