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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엉뚱하면 또 이긴다…알파고DB에 없는 수

입력 2016-03-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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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엉뚱하면 또 이긴다…알파고DB에 없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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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엉뚱하면 또 이긴다…알파고DB에 없는 수


이세돌, 엉뚱하면 또 이긴다…알파고DB에 없는 수


인공지능(AI) '알파고'에게 우승을 내준 이세돌(33) 9단이 감격의 첫승을 거뒀다. 역사에 남을 만한 '신의 한 수'로 인간의 존엄을 확인했다.

이세돌 9단은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18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바둑에서 계가를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불계승이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기권했을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앞서 세 판 연속 진 이 9단이 이제는 어느 정도 알파고에 대한 해법을 찾은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파고가 인간 바둑에서 볼 수 없는 수들을 구사하자 4국에서 이 9단도 평범함을 거부한 수를 뒀다. 흑 45 이후 백이 상변 타개로 밀어가는 수를 두거나 날일(日)자로 두는 수를 예상했지만, 백 46으로 예상 외의 곳에 놓았다.

알파고가 흑 71로 단단하게 지켰으나, 이 9단은 백 72로 끊는 승부수에 이어 백 78로 끼우는 묘수를 냈다. 이 백 78은 상상하기 어려운 묘수로 이때부터 알파고의 수읽기가 꼬였다. 이후 알파고가 무기력해지면서 승리는 이세돌쪽으로 기울었다. 과감한 승부수로 전세를 뒤집은 이 9단은 완벽한 끝내기로 우세를 지켰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40) 최고경영자(CEO)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가 회복할 수 없는 실수를 하게끔 압박을 가했다"며 "알파고 실수는 79수였다. 87수가 돼서야 그 실수를 알아챘다. 79수 때는 승률이 70%였지만 87수 때는 급격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KBS 해설자 박정상(32) 9단은 "중반까지만 해도 이세돌 9단이 사실 좋았던 상황은 아니다"며 "기상천외한 수를 뒀는데, 알파고가 아마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이후로 실수를 많이 했다. 알파고가 자멸하기 시작하면서 이 9단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고 말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많기 때문에 마치 우주와도 같다. 과연 알파고에도 사람처럼 '기풍'이 존재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는데, 지금까지 파악된 알파고의 기풍은 '전투형'이다. 박 9단은 "알파고가 부분 전투에 굉장히 강하고, 상대방이 무리했을 때 응징하는 능력이 강한 면모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9단이 마지막 제5국에서도 이길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파고와의 대국 복기를 통해 매수 약점을 파악, 승리 가능성을 높이리라는 기대다.

4국 후 하사비스는 "알파고가 초반 우세를 잡았지만 이세돌 9단의 묘수(백78)에 당해 형세가 복잡해졌고 이후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다"며 "이세돌 9단은 세 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기량을 보여줬고 4국의 패배는 알파고에게 매우 소중하다. 영국으로 돌아가 기보를 살펴보고 통계적 수치를 확인할 것이다. 마지막 대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노출시킨 약점은 두 가지"라며 "첫 번째, 알파고는 백보다 흑을 힘들어했다. 두 번째,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오면 버그 형태로 몇 수를 진행하는 것을 보았다. 알파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경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4국과 같은 패턴으로 알파고를 압박하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도 승리의 전략이다. 알파고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박 9단은 "알파고의 엄청난 연산속도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이 9단의 강수가 터져 나왔고, 알파고가 당황하기 시작했다"며 "초보자에게서나 나오는 실수를 한 것을 봐서는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완벽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로바둑'에서 해설한 한종진(37) 9단도 "알파고가 종반에 확실히 불리해지면서 실수가 많이 나왔다"며 "반면 이세돌 9단은 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잘 뒀다. 5국에서도 멋지게 승리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했다.

알파고는 4국에서 몇 차례 오류를 일으키며 인공지능의 불완전성을 드러냈다. 이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상욱(36) 시인은 "기계는 답을 모르면 오류가 나고 인간은 답을 모르면 알려고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KBS 1TV '장영실쇼'에 출연한 정지훈(46) 경희사이버대 IT 디자인융합학부 교수는 "알파고는 단일 버전(single machine version)과 분산 버전(distributed version)이 있는데, 지금 이세돌 9단과 두고 있는 것은 분산 버전"이라며 "여기에 CPU(중앙제어장치)가 1920개 들어가 있고 GPU(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가 280개 들어가 있다. 정책망과 가치망으로 나눠져있는데, 두 개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서 알파고가 둘 수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최승진(52) 포스텍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딥 러닝(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이라는 방법이 워낙 계산량이 많기 때문에 많은 컴퓨터를 활용해야 한다. 정책망은 현재 판세에서 본인이 둘 수 있는 각각의 장소에서 이길 확률이 얼마인지 계산해준다. 승리할 확률이 높은 쪽에 알파고가 두게 된다. 가치망은 현재 판세에서 과연 어느정도 승산이 있는지 나타낸다. 알파고는 수마다 가치망을 통해서 승산을 계산하고, 구글 딥마인드 팀이 승률이 얼마만큼 되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고 지켜봤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처음에는 알파고가 16만 기보에서 3000만 수를 뽑아내서 바둑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학습했다"며 "프로기사가 1년에 약 1000번 정도의 대국을 한다면, 인간으로서는 1000년 정도 두는 것을 한 5주 만에 끝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학습한 것이다. 이후에 혼자서 학습을 하면서 점점 발전됐고, 그 다음에 이세돌 9단과 뒀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기계보다 더 효율적으로 학습한다. 다만 컴퓨터는 많은 자원을 활용해서 시간을 단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알파고는 엄청난 연산능력으로 최선의 수를 찾는 기계다. 지금까지의 기보는 이미 알파고에 입력됐기 때문에 이세돌 9단이 어디에 둘지 파악이 된다. 따라서 알파고를 이기는 열쇠는 창의력인 셈이다. 알파고를 이기려면, 4국에서처럼 이 9단이 이전에 두지 않았던 창의적인 수를 두면 된다. 알파고의 데이터에 없는 엉뚱한 수다.

아울러 알파고의 기반은 다름아닌 '인간'이다. 인간의 가장 두려운 상대는 인간일 뿐 기계가 아니다. 다시 한 번 기계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이 9단이 4국처럼만 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격돌은 15일 5국으로 이어진다. 다섯 판을 모두 치르는 조건으로 이 9단은 15만 달러(약 1억6500만원)를 받는다. 우승상금 100만 달러(약 12억원)는 알파고의 몫이 됐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측은 상금을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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