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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압박에 안전장비 없이…수리기사들의 현실

입력 2016-06-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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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 군의 가방에는 컵라면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시락입니다. 지난 23일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는 중에 추락사한 40대 수리기사 진모 씨의 차에는 도시락 가방이 있었습니다. 몰려드는 수리 요청을 감당하기 위해 포기해야 했던 건 식사 시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리 1건을 1시간 안에 마쳐야 했던 진 씨는 안전장비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김 군 사고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지만, 아직도 기업들은 고객 만족을 이유로 현장에서 안전은 외면한 채 속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버들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3일 오후 노원구의 한 빌라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던 삼성전자 수리기사 43살 진모 씨.

[목격자 : 일 안 해준다고 마구 전화가 오니까 '지금 나 작업 중이라 바쁘니까 끊으시라고, 가서 해주면 될 것 아니냐'고….]

다음 고객의 독촉을 받으며 일하던 진 씨는 실외기가 설치된 난간이 무너지며 8m 아래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당시 진 씨는 몸을 고정시키는 안전띠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수리 기사들은 '안전장비를 챙길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리 기사 : 한 시간에 한 집씩, 이동 시간 합쳐서 해야 하는데. 그런 거 저런 거 다 하면, 두 집밖에 못 하는 거예요.]

사다리차를 부르고 기다릴 시간이 없어 안전띠에 의지해 고층 난간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수리 현황을 확인하는 회사 압박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약속 방문시간에서 몇 분만 늦어도, 미처리 건수인 '미결률'이 높아도 빨리 처리하라는 연락이 옵니다.

[박영환/수리기사 : 늦거나 빨리 수리가 안 되거나 정확하게 안 되면 고객이 싫어하죠. 점수가 떨어지면 대책서를 쓴다든가 해서 압박이 상당하죠.]

또 수리 건수에 따라 돈을 받는 임금 구조도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리기사 : 비수기 때는 일이 없어서 전부 다 120만 원 받고 대출받아 생활하고. 여름에 돈을 벌어야 수입을 맞출 수 있으니까.]

수리기사들은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회사 역시 실적에 따라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성과급이 주어지기 때문에 직원들을 압박한다….]

삼성 측은 센터의 기사 실적 관리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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