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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씹는 것 같았다" 부실급식 여전…납품비리 추적해보니

입력 2018-11-28 20:20 수정 2018-11-28 23:50

현장점검 700곳 가운데 131곳 적발
전자입찰 시스템 악용 납품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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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 700곳 가운데 131곳 적발
전자입찰 시스템 악용 납품 더 늘어

[앵커]

서울의 한 고등학생이 저희 제보게시판에 올린 영상입니다. 학교 급식에 나왔다는 탕수육인데, 취재진에게 '마치 유리를 씹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조각 케이크는 얼마 전 전남과 광주 지역 학교에 급식으로 납품돼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식중독에 걸렸습니다. 부실 급식,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죠. 정부는 급식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2013년부터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한 전자입찰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지금은 전국 학교 90% 가까이가 이 시스템을 통해 식자재를 납품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공사 내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시스템을 악용한 납품 비리는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구멍 뚫린 학교 급식 납품 현장을 박소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시흥의 한 학교 급식 납품업체입니다.

이 업체는 얼마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인 aT로부터 1년 동안 학교 급식을 납품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받았습니다.

한 컴퓨터 안에서 급식 업체 5곳의 공인인증서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한 곳에서 업체 여러 곳을 운영한 의혹이 제기된 것인데요.

위반 업체는 이곳 뿐만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올해 aT가 급식업체를 현장 조사한 결과를 입수했습니다.

현장 조사를 벌인 업체는 모두 700곳, 이용약관을 위반한 곳은 131곳에 달했습니다.

현장 점검 나간 업체 5곳 가운데 1곳 꼴로 적발된 것입니다. 

특히 올해 입찰 방해 등으로 법원 판결을 받은 곳이 166곳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36곳에 비하면 4배나 늘어난 것입니다.

그런데요. 이 aT 시스템에 등록된 급식업체는 9400여 곳, 이 가운데 aT가 현장점검을 간 곳이 700곳.

즉 7.4%에 불과합니다.

이 적발된 업체들, 제대로 관리는 되고 있을까요.

실상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공동 운영이 적발돼 제재를 받은 업체입니다.

하지만 업체 안에는 고춧가루와 간장 같은 식료품이 보관돼 있습니다.

[급식 납품업체 A 관계자 : (여기 폐업한 업체 맞아요?) 네. 반반이에요. 폐업한 업체와.]

다른 업체와 건물을 함께 쓰고 있는 것인데 가운데 여닫을 수 있는 칸막이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폐업했다는 말과 달리 해당 업체의 직원은 2층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폐업한 급식 납품업체 : (같은 회사예요?) 같은 회사는 아니고 건물은 저희 건물인데 임대해 드리고 있는 거예요.]

공사 측은 입찰을 제한해도 다른 명의를 내세우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 : 공동 행위가 분명한데 제재를 못 한다고 하지만 저희가 뒤지거나 하는 거 못 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공사 측이 현장 점검을 하지 않은 한 납품업체입니다.

학교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또다른 업체와 같은 컨테이너를 쓰고 있습니다.

간판도 나란히 붙어있습니다.

[급식 납품업체 B : (같은 업체 아니에요?) 달라요.]

주차 된 트럭 안을 들여다보니 학교에 납품한 식자재들의 거래명세서가 놓여있습니다.

그런데 두 업체의 명의로 발급돼 있습니다.

[급식 납품업체 B : 지금은 (배달을) 같이 하고 있어요. 연수동도 8시 반, 서구동도 8시 반 (거리가 먼 학교를) 같이 갈 수가 없잖아요.]

대리 납품은 계약 위반이자 운송사업법 위반입니다.

서로 다른 이름의 업체가 같은 주소를 둔 사례는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것만 6건.

[건물 관계자 : (업체 대표가) 같은 사람인 거 같아. 나는 임대를 한 사람한테 받고 계산서를 한 사람한테 끊어주는 거니까.]

6곳 가운데 4곳은 동일 컴퓨터로 동일 학교에 입찰한 것으로 확인됐 습니다.

공사 측은 업체들의 주소가 같다는 이유로 입찰을 제한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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