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해 첫날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중단을 압박하면서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파키스탄이 반격에 나섰다.
파키스탄은 구체적인 숫자와 그래프까지 제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누가 거짓말하고 있는지 검증해보자고 역공을 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2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파키스탄이 수년간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서 2억5천500만 달러의 군사 원조를 중단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이날 전했다.
헤일리 대사는 "그들은 때때로 우리와 함께 일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우리 군을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준다"면서 "그런 플레이는 이 행정부에서는 안 통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트위터에 "미국은 어리석게도 지난 15년간 파키스탄에 330억 달러(약 35조 원)가 넘는 원조를 했으나 그들은 우리의 지도자들을 바보로 여기며 거짓말과 기만밖에 준 것이 없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도움은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잡으려는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 더는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샤히드 카칸 아바시 파키스탄 총리는 즉각 국가안보위원회(NSC) 회의를 열었다.
NSC는 회의 후 성명에서 "명백히 사실과 모순되고, 여러 세대에 걸친 양국 간의 신뢰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으며 수십년간에 걸친 파키스탄의 희생을 부정하는 미국 지도부의 최근 언급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NSC는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최근 파키스탄 방문을 언급하면서 "막대한 재정지출을 감수하는 파키스탄의 반테러 활동은 아프가니스탄에 존재하는 다수 테러조직의 확장을 막는 방어벽이 돼 왔다는 것을 미국 최고위 당국자들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NSC는 또 "수만 명의 민간인과 군인을 잃은 파키스탄의 엄청난 희생과 그 가족들의 슬픔은 금전적인 가치보다 하찮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면서 "동맹국을 비난하는 것은 아프간과 지역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달성한다는 공통의 목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트위터에 2003년 이후 테러와의 전쟁으로 1천230억 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민간인 5만명과 군인 6천명이 희생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올렸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그래프에서 이슬람 무장단체에 의해 숨지는 민간인이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면서 "파키스탄은 테러 공격을 받은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피해가 큰 나라"라고 호소했다.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 외교장관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 회계회사를 고용해 파키스탄이 지난 15년간 330억 달러를 지원받았는지 검증해보라"면서 "누가 거짓말하고 기만하는지 세상에 알리자"고 목소리를 한층 높였다.
이러는 사이 파키스탄 이슬람정당 연합에 속해 있는 200명가량이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트럼프를 버려라"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반미시위를 벌이며 미국 국기를 불태웠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