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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일터에서 왜…'현대중공업 산재' 집중 추적

입력 2020-05-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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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팔백쉰다섯 명, 지난해 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입니다. 하루에 두 명이 넘습니다. 살기 위해 갔던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왜 죽어가야 할까? 저희는 나흘 전 현대중공업 사례를 집중적으로 추적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 회사에서 올 들어 석 달 새 세 명이 숨지자 특별감독을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네 번째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에는 특별감독 직전에 노동자들이 현장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현장에선 제대로 된 감독이 아니었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먼저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중공업 내 엔진 기계를 다루는 작업장입니다.

노동자들이 일을 멈추더니 줄지어 작업장을 빠져나갑니다.

영상이 찍힌 시간은 지난 14일.

노동부가 5월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 특별근로감독을 벌이던 땝니다.

[A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감독이 오니까 잠깐 어디 좀 나가 있어라, 피해 있어라, 이런 식으로 괜히 일하고 있으면 지적받을 수 있으니까 나가 있어라…]

평소엔 두세 명 씩 모여 용접 작업을 하던 곳입니다. 

하지만 감독관의 눈에 띄지 않게 일부러 작업장을 비웠다는 겁니다.

특별감독 기간 작업장 곳곳은 텅 비었고 기계도 멈췄습니다.

노동조합은 평소보다 작업 인원을 줄이거나 아예 출근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작업 인원이) 100이라면 20% 정도밖에 안 보이는 거죠. 사내 물량팀도 많이 들어와 있거든요. 그분들을 아예 출근 안 시키는 경우도 많고요.]

또 다른 영상에선 한 노동자가 높은 구조물 위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안전장치는 벨트뿐입니다.

감독관이 돌아가자 평소대로 작업에 복귀한 겁니다. 

[A씨/현대중공업 노동자 : 감독관이 가고 나니까 위험작업 하는 부분들… 아니나 다를까 일을 계속하고 계신 거예요, 감독관이 가니까.]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감독관의 현장조사를 방해한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당시 이런 상황을 노동부와 회사에 지적했다고 말합니다.

[최한솔/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 노무사 : 명백히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는 행위이고 그 위반을 직원들에게 종용하는 행위다…]

이에 노동부는 "감독 초기에 해당 지적이 나와 회사에 문제제기 및 주의조치한 뒤 감독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회사가 작업을 중단하거나 축소를 지시한 상황은 전혀 없었고 정상적으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특별감독이 끝난 날 노조와 회사, 그리고 노동부는 한데 모여 그 결과를 평가했습니다. 저희는 그 영상도 입수했습니다. 노동부는 밀폐된 공간의 작업 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루 뒤에 김성인 씨가 사망한 바로 그 장소였습니다.

여성국 기자입니다.

[기자]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책임자 : 지금 어딘가에 위험요인이 있다는 거예요. 그걸 인식하지 못하면 사건은 또 납니다. 저희가 또 특별감독 들어와야 됩니까.]

하청 노동자 김성인 씨가 사망하기 전날 1시간 반가량 열린 특별근로감독 강평회 영상입니다.

노조와 회사, 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을 조사한 근로감독관들은 추락, 끼임, 감전 등을 지적합니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 밀폐공간 작업 지휘 쪽에서 상당히 미흡한 부분이 나타났고요. 관리감독자가 항상 상주해서 감시해야겠습니다. 그 부분이 지적됐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김성인 씨는 특별근로감독에서 지적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다 사망했습니다.

이번 근로감독의 책임자는 취재진에게 "현장의 관리감독자들이 밀폐공간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회사의 표준작업지도서 내용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교육이 안 됐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감독 결과 현대중공업에 574건을 지적하고 과태료 약 1억4천만 원을 부과했지만, 죽음의 고리는 끊지 못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유정배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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