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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회] "수천만 원 기본" 점집 향하는 정치인

입력 2014-02-16 23:17 수정 2014-02-1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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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6월 지방선거가 넉 달도 안 남았습니다. 벌써부터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데요, 올해는 안철수 신당이 가세하고 7월 재보궐 선거까지 기다리고 있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앞이 잘 안 보일 때 더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지요? 바로 점 집인데요, 벌써부터 출마를 꿈꾸는 사람들의 발길이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승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2일 오후 2시쯤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성에서 굿이 열렸습니다.

얼핏 보기엔 일반적인 굿판 같은데, 무속인의 주문 내용이 조금 색다릅니다.

[나라의 관록 먹자는 정성이고….]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 선거에서 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정치인이 요청한 겁니다.

[무속인 A씨 : 조상 묘에서 안 좋은 기운이 나오고 이 가정에 청춘에 가시고 한 많은 조상들이 많아서 제가 천도재를 올려드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권해 드렸더니 서슴지 않고 의뢰인께서 부탁을 하셨습니다.]

각종 과일과 술에 고기까지 한 상 가득 차린 굿판은 일곱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의뢰인 측 관계자 : (이번 선거에 잘될까요?) 잘되죠. 잘돼야죠. 느낌 좋아요. (지금 공천 앞두고 계신 거죠?) 네.]

무속인은 실제로 효험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무속인 A씨 : (한 의뢰인은 꿈에서) 하늘에서 예쁜 옷을 입으신 선녀 같은 분이 목에 메달을 걸어주셨대요. 그 메달을 걸고 당선이 되셨고 또 한 분 같은 경우에는 무궁화 꽃 세 송이를 받으셨답니다. 그래서 삼선을 하셨죠.]

보통 번듯한 굿판 한 번 벌이면 수천만 원씩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선거철이면 상당 수 정치인이 무속인을 찾는다는 겁니다.

[무속인 A씨 : 지금도 현직에 계시고요. 존함만 대면 아는 분들이 계십니다.]

[역술인 B씨 :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을 아마 100명은 본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떻게든 외부엔 감추려 합니다.

[무속인 C씨 : 진짜 높은 쪽에 있는 사람은 대놓고 안 옵니다. 저를 모셔가죠. 높으신 분들은 참석을 안 하고 사주를 가져온다든지 하고 다시 가져가죠.]

[무속인 D씨 : 굉장히 비밀리에 요청을 하세요. 당사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굿 할 때) 일단 국악 하시는 분들도 부르지 않습니다.]

당선을 바라는 마음에 돈도 펑펑 씁니다.

[무속인 D씨 : 정치하는 분들이 돈이 많은가 봐요. 그 이상을 내더라고요. (얼마까지 받으셨어요?) 예를 들어서 천만 원이라고 하면 2~3천만 원을 내시는 분도 있습니다.]

[무속인 A씨 : 제가 보통 받는 금액은 3개월에 한 장 정도 받아요. (1천만 원이요?) 아니요. (1억 원이요?) 네.]

정치와 무관한 사람이 묻기도 합니다. 최근엔 대기업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서울시장에 누가 될지 물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무속인 A씨 : 누구라고는 안 밝히고 하루 시간을 다 비워 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선생님이 얼마나 돈을 버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을 채울테니 (시간을) 비워놓으라고 하더라고요. (그 정치인의) 생년월시를 넣고 이번에 출마를 하면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정치인 중엔 어디에 줄을 서야 하는지를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역술인 B씨 : (과거에) 친이명박 계통으로 가라, 친박근혜 계통으로 가라고 해서 정치하는 분들이 직접적으로 찾아왔고 때로는 그분들이 만나자고 해서 나가서 상담해준 일이 있어요.]

[앵커]

이승필 기자. 사실 점이란 게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기에 몇천 만원씩 쓴다는 게 이해가 안 가네요.

[기자]

예 맞습니다. 그렇지만 예전부터 정치권에선 몇억이면 당선이고 몇억이면 떨어진다, 이런 얘기가 많았잖아요? 당선만 된다면 그 돈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또 실력이나 노력보다는 누구에게 줄을 서느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우리 정치 현실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점술인들의 얘기가 맞긴 맞는 겁니까?

[기자]

저도 그게 궁금해서 한 번 실험을 해봤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 사이에 용하다고 소문난 점집들은 이번 지방선거의 향배를 알아맞힐까? 취재진은 유명 점술인들이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를 비슷하게 예측하는지 알아봤습니다.

선입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상 후보군의 이름을 가리고 생년월일만 가지고 따져보는 이른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습니다.

대상이 된 점집은 모두 세 곳. 먼저 서울시장 선거에 4명을 제시하자 가장 유력한 후보로 두 집은 1번, 나머지 한 집은 3번을 선택했습니다.

[역술인 E씨 : 첫 번째 분은 올해 대박이 터지는 해입니다.]

[역술인 F씨 : 상당히 좋은 운이 와 있습니다. 그래서 1번이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무속인 D씨 : 3번이 사주의 크기가 가장 크고 사주에 탈이 없고 올해 시기가 나쁘지 않은 시기입니다.]

세 점술인의 점괘가 같지 않았고 최근 여론조사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경기도지사는 어떨까?

[역술인 E씨 : 이 사주에서는 1번과 2번이 막상막하입니다.]

[역술인 F씨 : 2번 후보가 제일 향기가 많이 뜨고 있습니다.]

[무속인 D씨 : 3번이 올해 시기가 가장 좋습니다.]

역시 제각각입니다. 이것만 두고 보면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점괘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번 6ㆍ4지방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인 오준환 씨와 함께 점집 두 곳에서 운세를 보기로 했습니다. 당락에 대한 예측이 일치하는지, 또 결과에 대한 설명은 어떤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먼저 방문한 서울 흑석동의 점집. 오 씨의 성과 생년월일을 묻더니 점괘를 보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나온 건 부정적인 전망이었습니다.

[저를 욕해도 좋고 저를 나쁘게 봐도 괜찮습니다. (당선이) 조금 어렵습니다. 어떡하죠.]

그러더니 은근슬쩍 굿이나 기도를 권유합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아슬아슬해요. (가족에게) 많이 많이 빌어달라고 하세요. 이런 부처님 법당이라든가. 사찰이라든가 어디를 가서 많이 빌어달라고 하세요.]

이번엔 경기도 수원시 파장동의 점집을 찾았습니다. 별도의 인적사항 없이 전화번호만 가지고 점을 봅니다. 결과는 아까와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올해 운세 자체가 대운이라고 합니다. 10년에 한 번씩 오는 운세가 있어요. 운이 상당히 좋습니다.]

구설에 오를 일을 하지 말고 주변 인물을 조심하라는 등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얘기지만 당락이 걸려 있는 사람은 솔깃할 수 있습니다.

[3월이 문제입니다. 실수만 하지 마세요. 입에 오를 것만 하지 마세요. 두세 명은 꼭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누군지) 이미 본인도 짐작할 겁니다.]

[앵커]

점집마다 완전히 말이 다르네요?

[기자]

예 그렇습니다. 점집들을 직접 다니면서 비교해보니 역시 점괘에 의존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정치인들의 발길이 몰리는 우리 현실이 씁쓸하네요. 이승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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