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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대당한 아이처럼 보이시나요?|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06-20 19:53 수정 2020-10-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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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부모에게 학대당한 아이들 대부분은 버려질까 무서워 부모의 폭력에 순종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창녕 9살 아이는 달랐죠. 목숨을 걸고 지옥에서 탈출했습니다. 그리고는 "큰 아빠네 가고 싶다"며 2년간 돌봐준 위탁 부모를 찾았습니다. 어쩌면 그 집에서 받은 사랑이 아이에게 탈출할 용기를 준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학대당한 아이들을 품어주는 일,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눠져야 할 책임일 텐데 그 책임을 온전히 지고 있는 위탁 부모들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해서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가장 좋아하는 건 자동차입니다.

오늘(20일)은 신기한 카메라를 든 이모들이 놀러 와서 처음으로 카메라로 자동차를 찍고 놀기도 하고, 갓 태어난 병아리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참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여느 또래와 다를 게 없는 이 아이, 사실은 친부모에게 학대를 당해 태어난 지 22개월 만에 위탁 부모에게 보내졌습니다.

그래서일까 말도, 걷는 것도 모든 게 느렸고 상처는 무의식 어딘가에 남은 듯했습니다.

[위탁가정 어머니 : 기억은 못 해도 의식 속에 있는 것 같아요.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저희하고 떨어지는 것도 되게 두려워하고, 친구 집에를 못 갔어요. 차를 타고 가는데 중간에 내려달라고 뛰어내렸대요.]

다행히도 5년간 사랑을 쏟자 상처는 희미해졌습니다.

[위탁가정 어머니 : 일주일에 한 세 번 정도는 치료를 하고 있거든요. 언어치료, 심리치료, 운동치료…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위탁 엄마는 '동거인'일 뿐, 아이를 끔찍이 사랑한다는 것만으론 사회에서 해줄 수 없는 게 너무나 많습니다.

[위탁가정 어머니 : 넘어진 적이 있었어요. 뒤로 꽈당…아 보험 들어줘야 되겠다. 안 된대요. 부모님이 들으셔야 된대. 부모가 아니어서 안 된다 그럼 안 되더라고요.]

아이가 아파서 간 병원에서도,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여권을 만들려 할 때도 '친엄마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살 때면 '동거인'이라고 적힌 주민등록등본을 아이가 볼까 봐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위탁 부모가 이런 한계에 부딪힌 사이, 친부모란 이유만으로 아이 명의 통장에 손을 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위탁가정 어머니 : (다른 아이) 아버님이 자꾸 수급 통장을 안 주고 거기서 계속 가지고 가고…]

경제적 지원도, 기초생활수급비에 양육수당 20만 원이 전부.

하지만 위탁 엄마는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안심입니다.

[위탁가정 어머니 : 돈을 많이 주면 이 아이들이 돈으로 보일 수 있을까봐, 저는 그게 좀 걱정이거든요. '한 명하면 얼마 준대' 이렇게 해서 데리고 가면 더 큰 학대를 위탁 가정에서 당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이렇게 무엇보다도 아이를 더 위하는 마음, '엄마의 마음'을 가졌지만 오늘도 '동거인'이란 한계선 앞에 멈춰 서야 합니다.

경제적·제도적 지원이 더딘 사이 모진 학대를 당해 친부모와 떨어뜨려 놓은 아이 1415명 중 15명 만이 위탁 부모 품에 안길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더 이상 학대 피해 아동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이 엄마도 '동거인'일 뿐이라고만 하지 않기를, 그래서 더 많은 '위탁 엄마'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위탁가정 어머니 : 정말 친가정처럼 보호할 수 있게끔 모든 것을 내주면 좋지 않을까. 병원에 가서도, 마음대로 여권도 만들어 보고. 동거인이 아닌 '나의 두 번째 엄마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영상그래픽 : 이정신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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