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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 주장하면 그만"…혈연 중심 법에 우는 '위탁 아동들'

입력 2020-06-18 21:37 수정 2020-06-1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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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창녕에서 학대에 시달리다 도망쳐 나온 아이는 구조된 뒤에 "큰아빠 집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큰아빠'는 친척 집이 아니라 아이가 2015년부터 2년 동안 머물던 '위탁 가정'입니다.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양육 환경이 잘 갖추어진 가정에 보내는 가정 위탁 제도가 있는데요. 이걸 더 제대로 활용하면 좋겠지만 혈연 중심의 우리 사회에선 멀기만 한 얘기입니다. 위탁 기간이 끝나기 전에라도 친부모가 원하면 언제든 아이를 데려갈 수가 있고 결국 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가 없는 겁니다.

먼저 이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수진 기자]

한쪽 벽면에 아이들 키를 잰 기록이 빼곡합니다.

네 아이의 엄마 이현정 씨의 집입니다.

[이현정/위탁가정 어머니 : 우리 집에 딸 둘이 있고요, 아들 둘이 제 안으로 온 거죠.]

이씨는 두 아이를 위탁받아 키웠습니다.

하지만 그중 한 명은 2년 만에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재혼한 친아버지가 데리고 간 겁니다.

친아버지의 상황이 아이를 키우기엔 아직 적절치 않아 보였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현정/위탁가정 어머니 : 안 불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요…'종결해야 하는구나' (생각했죠). 통보를 받은 거기 때문에.]

결국 아이는 2년 만에 다시 위탁가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동복지법상 친부모가 친권을 주장하면 아이를 돌려보내야 합니다.

학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혈연 중심으로 규정된 법 때문에 아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학대 위험에도 돌려보내야 하는 겁니다.

[심형래/관장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 학대 가정이 갑자기 부모의 양육태도가 바뀌어서 아이를 잘 양육한다든가 그렇지 않잖아요. 친부모가 아이를 데려가겠다 했을 때 저희한테 거부권이 없는 것도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하나의 원인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동학대 가해자의 77%가 친부모이고 발생 장소는 대부분이 집입니다.

하지만 피해 아동 5명 중 4명은 오늘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 편견에, 차별에…자리 못 잡는 '위탁가정'

[앵커]

이렇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을 품어줄 곳이 우리 주위엔 많지가 않습니다. 사실 위탁가정마저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자리잡지 못하고 있죠. 불편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어서 조소희 기자입니다.

[조소희 기자]

[이현정/위탁가정 어머니 : (위탁가정 운영하면) 그렇게하면 돈 얼마받냐고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어서 엄마들 입장에서는 상처가 되죠.]

위탁가정 부모들은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를 받습니다.

불편함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윤남희/위탁가정 어머니 : 왜 병원이나 은행이나 이런 거에 대한 권리는 주지 않느냐는 거죠. 이게 제일 어려운 거예요.]

이런 편견과 보이지 않는 차별은 위탁가정 일을 선뜻 맡기 어렵게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위탁가정은 전국에 760여 가구, 서울엔 50가구도 안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동 10명 중 1명만 위탁가정으로 보내집니다.

미국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일반위탁을 할 사람이 없어서 시설 보낸다거나 친인척 대리 양육에 남기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건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최근 정치권은 아동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담의료기관이 피해 아동과 학대 부모를 상담하고 원래 가정으로 복귀할지를 결정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재욱 / 영상그래픽 : 김지혜·박경민·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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