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권도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대선판도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 원장은 19일 출간한 저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지도' 곳곳에서 대권출마에 대한 결심이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그는 "4ㆍ11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치권에선 이를 공식 출정식에 앞서 자신의 결심을 미리 알리는 일종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대선출마 선언 여부와 관계없이 안 원장은 이번 대선판에서 `변수'가 아닌 `상수'로 꼽혀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데다 박 전 위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리얼미터의 지난 17-18일 1천500명 대상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5%p) 결과를 보면 여야 모든 주자를 포함한 일반 지지도에서는 두 사람의 지지율(박근혜 36.9%, 안철수 18.1%)은 크게 차이가 났지만 양자대결에서는 격차가 4.3% 포인트(박근혜 48.1%, 안철수 43.8%)에 불과했다.
두 사람이 본선에서 맞붙는다고 가정할 경우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초접전이 예상된다는 게 정치분석가들의 전망이다. 그만큼 안 원장의 파괴력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여야 모두 속내와 셈범은 다르지만 안 원장의 등장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선구도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19대 국회 들어서도 정쟁을 일삼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염증이 여전한 상황에서 '변화와 소통', `젊음과 개혁'의 이미지를 갖춘 안 원장이 대선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현행 대선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새누리당은 본선에서의 대결 가능성을, 민주통합당은 9월23일 당 대선후보 선출후 안 원장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각각 염두에 두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안 원장 역시 독자출마후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새누리당 후보가 사실상 박 전 위원장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야권의 최종 단일후보가 누가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경선이 임태희-박근혜-김태호-안상수-김문수(기호순) 후보의 5파전 양상을 띠고 있지만 박 전 위원장과 나머지 주자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이변이 없는 한 박 전 위원장이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손학규-정세균-김두관-김영환-조경태-박준영 후보의 7파전 구도 속에 문재인 상임고문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후보간 결선투표를 치르기로 해 결과를 쉽게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더라도 안 원장과의 단일화라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 놓고 있다. 막판 단일화는 `조직'(민주당 후보)과 `바람'(안철수)의 팽팽한 대결이 될 전망이다.
흥행성만 놓고 보면 여권보다는 야권의 경선이 보다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셈이다. 여권 일각에선 안 그래도 새누리당 경선이 맥빠진 경선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안 원장 가세로 야권의 경선이 더욱 드라마틱해지면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더 끌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안 원장 등장으로 대선판은 이미 출렁거리기 시작했다"면서 "안 원장이 본격적으로 대선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또 여기에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도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