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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뒤집 듯이…국민 혼란 키운 건 '정부 말바꾸기'

입력 2015-06-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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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는 메르스와 관련해 유언비어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적극 단속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SNS를 통해 전달된 메르스 관련 얘기들은 유언비어라기보다는 시민들의 걱정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이런 괴담들에 흔들린 게 아니라 정부의 말바꾸기에 혼란스러웠습니다. 지난 일주일동안 정부가 어떻게 말을 바꿨는지 보면, 더 잘 알수있습니다.

정제윤 기자입니다.

[기자]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2일) : (병원명 공개) 그런 고민의 많은 부분들이 조금은 근거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정부는 메르스가 전파된 병원 이름을 공개해서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뒤, 갑자기 병원 한 곳을 공개합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5일) :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한 배경으로 병원의 구조적 문제를 들었습니다.

[최보율 위원장/민간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 (5일) :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상황은 다릅니다. 거기에는 밀접하게 밀폐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틀 후, 정부는 관련 병원 24곳을 모두 공개합니다.

[최경환/총리 대행 (7일) : 공개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국민 불안 해소와 메르스 사태 조기 종식이 더 급한 일이다 (판단을 했습니다).]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절대 안 된다던 입장은 쉽게 바뀌었습니다.

특별한 명분도 없었습니다.

정부 입장은 서울시 기자회견 이후에도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박원순/서울시장 (5일) : (메르스 감염 의사가) 1565명이 참석한 개포동 재건축 조합행사에 참석했고, 대규모 인원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되게 됐습니다.]

정부는 박 시장의 발표가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5일) : 정부의 조치가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해 국민들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불러 일으킨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병원명을 전격 공개한 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최경환/총리 대행 (7일) : 대통령께서도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지시한 바가 있고…]

사전 준비를 하느라 이제서야 발표를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는 3일 이후에도 정부는 줄곧 불가 방침을 밝혀왔습니다.

[홍성걸 교수/국민대 행정학과 : 병원을 공개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등의 부수적인 것이 더욱 더 우선순위에 있었다는 것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옳지 못한 판단이었다는 것이고요.]

메르스 의심 환자를 어디까지로 봐야할지도 오락가락이었습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2일) : 밀접 접촉을 통해 비말을 통한 감염이 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환자가 있었더라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병원을 가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을 하고요.]

메르스 환자와 2미터 내에 같이 있던 게 아니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흘 후 말이 바뀝니다. 간접 접촉자도 관리 대상이란 겁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5일) : 밀접 접촉자뿐만 아니라 간접 접촉자분들까지도 충분히 걱정을 하고 전부 점검해 드리고, 그분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2미터란 기준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문형표 장관/보건복지부 (7일) : 환자에 대한 밀착 접촉자 추적 관리만으로는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전문의들은 정부가 처음부터 감염 위험 노출을 밀접 접촉자들로 국한시킨 건 잘못된 행태였다고 지적합니다.

[이재갑 교수/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 초기에 너무 문서에 매여서 긴밀 접촉자들에 대한 부분들만 조사가 된 게 이번에 전반적인 확산이 되게 된 시초가 됐거든요.]

메르스 사태 이후 부모들의 제일 큰 걱정은 학교를 보내도 되느냐였습니다.

정부 입만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한 정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교육부는 학교를 며칠이라도 쉬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황우여/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3일) : 각 시도교육청은 상황에 따라 학교장이 교육청 및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적극적인 예방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하도록 한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보건복지부는 학교를 쉬는 건 맞지 않다고 했습니다.

[권준욱 기획총괄반장/메르스관리대책본부 (3일) : 일부러 학교를 휴업을 한다든지 이런 일은 사실은 불필요하다. 의학적으로도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재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방식이 1년 전 세월호 참사 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합니다.

[윤완철 교수/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그 이전에도 한국 특유의 대형 인재들이 다 비슷한 문화적 배경, 시스템적 에러, 휴먼 에러가 반복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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