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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애비는 잠결에 귀로 운다"

입력 2016-09-2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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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나는 흙수저라는 말이 싫다'

처음 세상에 이른바 흙수저 담론이 불거졌을 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한 청년의 글이 있었습니다.

더 잘해주지 못해 늘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부모님이 흙수저라는 말을 몰랐으면 한다는 것.

그 말을 알게 되면 본인이 자식에게 그 흙수저를 쥐어준 것은 아닐지 자책하실 것만 같아 그 단어가 싫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들은 거꾸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부모님께 좋은 흙을 받았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

그러나 건강한 청년의 소망과는 달리 세상은. 흙내 자욱한 그 수저 논란을 더욱 무성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금수저는 타자치고 흙수저는 삽질"

사실과 다르다는 국방부 해명은 통계로 보여지는 현실에 힘을 잃었고, 오늘 저희가 보도해 드린 내용 중엔 사립초등학교 입학과정에서부터 출신 유치원과 부모의 직업이 거론된다는 기막힌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버지 뭐하시노?"

1980년대 초를 그린 영화에나 등장했던 그 아픈 말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냥 하라…"

현 정권 최고 실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그의 이 한 마디에 서류전형에서 2299등이었던 그의 인턴이 125대 1의 경쟁률을 뚫어냈다면 그것은 그 인턴에게는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이되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잔혹 동화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풍문인 듯 사실인 듯 들려오는 그 흙냄새 자욱한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목이 메게 하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그 무엇.

"아르바이트 끝나고 새벽에 들어오는 아이의 추운 발소리를 듣는 애비는 잠결에 귀로 운다" - 김주대 '부녀' -

나의 부모님만큼은 흙수저라는 말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던 그 청년.

그러나 이미 그 말을 들어버린 부모님은, 그리고 함께 그 말을 들어버린 이 땅의 힘없는 부모들은 모두가 잠이든 깊은 밤 그저 귀로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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