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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사람들은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입력 2016-09-2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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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지쳐가는 것 같습니다.

그 뜨거웠던 여름에… 가을이 돼도 풀리지 않는 취업난에… 잊을만 하면 한 번 씩 터뜨리는 핵실험과 최대 최강을 외치는 대북압박… 그래서 더욱 꼬여가는 남북관계에… 그리고 추석명절을 전후해서 온 나라를 뒤흔들어 버린 지진에…

사람들은 결정적으로 지쳐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지쳐버린 사람들의 머리 위로 두 개의 재단에 대한 의혹이 또다시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미르재단, 그리고 K스포츠. 이름조차 낯선 두 재단…

마치 쌍둥이처럼… 서로 닮은 재단 설립 신청서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일사천리로 내려진 허가…

여기에 대기업들이 기다렸다는 듯 쏟아 부은 800억원에 가까운 돈… 재벌 서열에 입각해 참으로 질서 정연하게 내 놓은 그 큰돈들…

그러나 단지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동행했다는 것 외엔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선 어느 대기업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그 재단들.

장사를 해서 이득을 남기고 남기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기업들은 무려 800억원 가까이 집어넣은 이 재단들에 대해선 참으로 대범했습니다.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외계인이 떨어졌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그 유명한 음모이론은 어찌하여 이 작은 나라에 그렇게도 자주 등장하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또다시 '배후'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소문이 무성했던 이른바 비선 측근들… 익숙한 이름과 들은 듯한 이름들이 얽히는 사이에 그 누군가는 대통령의 의상과 액세서리까지 챙겨줬다는 주장이 나오고, 사람들은 또다시 뜨거웠던 여름을 더 뜨겁게 했던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찌라시보다 못한 폭로를 자꾸 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런 얼핏 명쾌해 보이는 해명을 누구보다도 믿고 싶은 것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사실 우리들은 지난 9월 12일 이후에 당장 또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래서 저녁 8시 32분만 되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새로 생긴 습관만 가지고도 충분히 지쳐 있으니까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입니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십시일반 했다는 그 800억원…
1988년에 열렸던 5공 청문회 중에 일해재단 의혹과 관련돼 증인으로 나왔던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이 남긴 그 유명한 말…

"시류에 순응해야한다"

우리 대기업들이 이 말을 받들어 실천한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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