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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추석도 '거리두기'…마스크 차례, 도시락 음복

입력 2020-10-01 20:17 수정 2020-10-01 21:28

'500년 역사' 도산서원, 첫 여성 초헌관…달라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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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역사' 도산서원, 첫 여성 초헌관…달라진 풍경


[앵커]

종갓집의 차례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둔 채 차례를 지내는가 하면 음식을 함께 먹는 대신에 가족들에게 도시락을 나눠 줬습니다. 도산서원도 코로나19로 참석 인원을 줄여서 제사를 지냈습니다. 또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엔 서원이 열리고 처음으로 여성 초헌관이 퇴계 선생께 술을 올렸습니다. 여성이 서원 제사에서 첫 잔을 올리기까지 500년이 걸렸습니다.

고승혁·윤두열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고승혁 기자]

경북 칠곡의 고즈넉한 석담 종가에 아침이 밝았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차례상에 과일을 놓습니다.

베옷을 입고 조상께 술을 올립니다.

여느 때 같으면 50명이 넘게 모였겠지만, 올해는 인근에 사는 친척 8명만 모여 조촐하게 차례를 지냅니다.

[이병구/석담 이윤우 16대 종손 : 차례를 지내러 왔다가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기면 오히려 조상님께 불효를 저지르게 돼 종친 어른들께도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드렸고…]

차례상에 놓인 음식은 제사 뒤 도시락에 담았습니다.

다 함께 먹는 '음복'을 하는 대신 나눠주기 위해서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음복이 이렇습니다. 조상님 잡수신 건데 이렇게 도시락으로…]

귀암 종가도 추석 아침이지만 한산합니다.

제사 때면 사람으로 꽉 차는 사당에 오늘은 7명만 모여 절 합니다.

술을 따를 때도, 위패를 정리할 때도 마스크를 꼭 씁니다.

수 백년을 이어온 종갓집 풍경도 코로나19로 달라졌습니다.

[윤두열 기자]

퇴계 이황 선생의 위패를 모신 도산서원의 상덕사에서 제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쪽을 진 여성 한 명이 무릎을 꿇습니다.

곧 술잔을 올립니다.

서원이 생기고 50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이 제의 시작을 알리는 초헌관이 돼 술잔을 올리는 순간입니다.

첫 여성 초헌관은 이배용 한국의 서원 보존 통합관리단 이사장이 맡았습니다.

지난해 도산서원을 비롯한 우리나라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배용/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는 가장 아름다운 길을 새롭게 변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제사 복식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배용/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이사장 : 여성은 그동안은 관복이 없었죠. 간소하면서도 품격 있는 그런 복식으로…]

여성에게 빗장을 푼 서원 소식은 시민들, 특히 여성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정봉연/대전 둔산동 : 저도 음식만 만들었지 절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었는데 참석하신 것을 보고 여자들도 할 수 있구나…]

도산서원의 상덕사는 2002년이 되어서야 여성이 들어갈 수 있었고, 올해부터 일반 시민들에게도 문을 열었습니다.

(화면제공 : 칠곡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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