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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과속 단속 카메라?…들여다보니 '텅텅'

입력 2015-01-1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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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달리다보면 과속 방지를 위해 설치한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 상자가 있습니다. 곳곳에서 볼 수 있죠. 그런데 실제로 이 안에 카메라가 다 있을까요.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합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단속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이 목적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최근에 인터넷 등에 깡통 단속기 정보가 흘러나가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밀착카메라 김관 기자입니다.

[기자]

저는 지금 제가 종종 이용하는 서울과 경기를 잇는 자유로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금 나왔던 네비게이션의 과속 주의 안내 멘트, 저 같은 운전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으실 텐데요. 그런데 이중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는 정작 카메라는 없이 빈 상자만 운영되고 있는 곳이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그 실태를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운전자들이 쉽게 속도를 내는 도로들을 골랐습니다.

일산을 비롯한 고양시 일대 20곳과 인천공항 고속도로 주변 8곳 등 약 30개 지점입니다.

자, 이곳 110번 제2자유로 킨텍스3교를 지난 500m 지점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해놨습니다.

제가 바로 그 지점에 와 있는 건데요. 이쪽으로 이동해보겠습니다.

구멍을 막아놓은 판을 들어내니 안은 텅 빈 모습입니다.

다른 이동식 카메라 상자는 어떨까.

지금 네비게이션 상에 보면 약 300m 정도만 더 직진하면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이렇게 안내 멘트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떤지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하얀 판을 좀 뜯어내보겠습니다.

안을 봤더니 역시 카메라는 전혀 없고요. 아예 빈 상자의 모습입니다.

반대편으로 가볼까요?

그런데 여기 보면 원래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어야 할 곳인데 잠금장치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쉽게 문이 열리는데요. 이 구멍을 통해서 아마 과속 단속을 하는 카메라가 촬영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고 이런 아크릴판은 아예 파손된 상태로 고스란히 방치돼 있습니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카메라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취재진은 제2자유로와 그 일대 어디에서도 이동식 단속 카메라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아우토반으로 불리며 상습 과속 도로로 꼽히는 인천공항 고속도로로 향했습니다.

자 이번엔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있는 한 카메라 상자에 와봤습니다.

안에 역시 카메라는 없고, 오랫동안 이렇게 방치돼있던 것으로 보이는 의자가 있는데 먼지가 굉장히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이쪽에는 아예 거미줄까지 쳐져 있고요. 반대편으로 가보겠습니다.

과속 단속 카메라가 촬영하는 데 앞서서 이렇게 덮여져 있는 덮개인데요. 이 덮개를 한 번 빼보려고 했는데 워낙 오랫동안 녹이 슬어있어서 그런지 움직여지지가 않습니다.

취재진이 스무번 가까이 상자를 확인하던 끝에 드디어 카메라가 발견됩니다.

안에선 한 경찰관이 전기 난로를 켠 채 단속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단속 경찰관 : (보통 몇시간 정도 하세요?)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사이요. (몇 건 정도 단속이 되나요?) 평균적으로 여기서 한 시간 정도 하면 한 3, 40건.]

그런데 몇 분 안 지나 철수합니다.

[단속 경찰관 : 서울, 경기권은 사람 인원수가 적다보니까 한명씩 타요, 순찰차를. 그러니까 여기다 순찰차를 세워 놓고 찍을 수가 없잖아요.]

결국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설치된 왕복 8대의 상자 가운데 실제 단속은 딱 한 곳에서 단 한 시간 이뤄지는데 그쳤습니다.

이에 대한 운전자들의 생각은 엇갈립니다.

[이홍렬/경기도 일산 : 카메라가 있든 없든 간에 운전자에게 상기시켜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김재홍/택시 기사 : 그건(이동식 카메라) 없애야 돼요. 그게 있으니까 운전자들이 사고도 많이 나요. 가다가 그게 있으면 브레이크 밟고 이러거든요.]

문제는 빈 상자라 할지라도 설치하려면 개당 5백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입니다.

[이미숙/서울 등촌동 : 상자를 5백만원씩이나 들여서 만들었는데 그걸 유지하지 않는다고 하면 국민들을 속이는 게 되지 않을까요?]

전국에 설치된 이동식 카메라 상자는 878개.

반면 일선 경찰서에 보급된 이동식 카메라는 385개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고장이나 수리, 경찰서 사정에 따라 운용률은 더 떨어집니다.

[홍창의 교수/가톨릭 관동대 : 이 상자가 비어있을 확률은 10분의 9, 90%는 비어있는 거예요. 90%는 국민을 속이는 시설물에 의해 운영된 결과라고 보면, 장기적으로 봐서는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는 손실 비용이 더 크다고 봅니다.]

이렇다보니 운전자들은 카메라가 없는 상자, 이른바 '깡통 박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있을 이동식 카메라를 감지해내는 감지 센서를 공동으로 구매하는 운전자들까지 늘었습니다.

과속은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보다 더 설득력 있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단속 방법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운전자, 그리고 전문가들 모두에게서 나왔습니다.

단순히 단속과 또 감시를 흉내내는 기계가 아니라 정말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장치다 라는 인식이 형성되야만 단속 효과 역시 극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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