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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엘리트 가장의 비극…극단적 살인 이유는?

입력 2015-01-07 21:48 수정 2015-01-0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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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서초동 세모녀 살해사건 관련 소식입니다. 어제(6일) 서초동에 사는 40대 가장이 부인과 두 딸을 살해한 뒤에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경찰은 오늘 피의자 강모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강씨는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뒤 외국계 IT 회사를 다녔고 서울 고급 아파트에 사는 이른바 엘리트였습니다. 그런 강씨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제 새벽 119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한 40대 남성이 "아내와 딸을 살해했고 자신도 죽으려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 : 우리 쪽으로 1월 6일 6시 26분경에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구조 출동으로 걸린 겁니다.]

40대 남성 강모 씨가 사건 장소로 지목한 곳은 서울 서초동의 고급 아파트였습니다.

경찰이 아파트에 도착했을때 부인 이모씨와 중학생 큰딸, 초등학생 작은딸은 목이 졸린 채 숨져 있었습니다.

아내는 거실에, 큰딸과 작은딸은 각각 방에 누운 채 발견된 겁니다.

2장짜리 유서도 발견됐습니다.

부인과 딸에게 미안하고 자신은 지옥에서 죗값을 치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시각, 경찰은 강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의 통화 기록을 조회했습니다.

휴대폰 신호가 잡힌 건 집에서 2시간 남짓 떨어진 충북 청주. 강씨는 이곳에서 전화를 한 뒤 대청호에 뛰어들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 거기서 죽으려고 뛰어내리기도 했는데 강씨가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그러다 정신없이 남쪽으로 국도 따라 내려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강씨의 자살은 미수에 그쳤고 다시 차를 타고 경북 상주시를 거쳐 문경시까지 달아났습니다.

신고를 한 뒤 6시간이 지난 12시쯤, 강씨는 문경시 농암면 인근에서 검문 중이던 경찰과 마주쳤습니다.

순찰차의 추격을 피해 1km 정도 달렸지만 5분여 만에 결국 붙잡혔습니다.

[김정주/문경 농암파출소 검거 경위 : 무척 피곤해 보였고 겉모습 자체는 얼굴이 초췌했고 인생을 포기한 상태였고 담배를 한 개비 달라고 해서 줬습니다.]

강씨는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고 곧바로 서울로 압송됐습니다.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고 하신 건가요?]

강씨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습니다.

[가정 형편이 많이 어려우셨나요? 우울증이 있으신 건가요? 가족들 숨지게 한 동기가 뭔가요?]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새벽 3시까지 부인과 두 딸이 잠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망설이던 그는 가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고 곧바로 범행을 저지릅니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생활고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성태/서초경찰서 팀장 : 최근 2~3년 전에 직장을 그만둬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비관해서 살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45평짜리 10억원대 고급 아파트에 사는 40대 가장이 생활고 때문에 가족을 살해했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취재팀은 도대체 강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주변을 취재했습니다.

서울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IT회사에 취업했고 10년여 만에 상무급 임원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강씨 전 직장 관계자 : 회계 쪽 업무를 오래 하셨는데 본인 업무에 열심히 하셨고요. 근무하는 동안 정성껏 업무해 주셨고요. 2009년 말까지 근무하고 그만두셨어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직장을 떠난 그는 한 병원의 재무책임자로 다시 취업했습니다.

그러다 2012년 말, 강씨에게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경찰 관계자 : 경영자들이 바뀌면서 운영 자체가 변경돼 강씨 본인이 도저히 더 있을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사실을 아내에게만 말했고 딸들에게는 비밀에 부쳤습니다.

결국 강씨는 한 은행을 찾아가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의 빚을 냈습니다.

이때부터 강씨의 이중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아침엔 서울 남부터미널의 한 고시원으로 출근했습니다.

한 달에 32만원, 10m²도 채 안되는 방에서 하루종일 주식투자에 매달렸습니다.

밤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집으로 퇴근했습니다.

무직이었지만 평소 씀씀이는 줄이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 : 한 달에 400만원씩 생활비를 썼고 일년이면 4800(만원)이잖아요. 2년 가까이 썼으니까 1억원 정도 됐죠.]

주식투자로 2억원 넘게 날렸습니다. 통장에 남은 돈은 1억 3천만원. 강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강씨는 부모와 장인장모에게도 유서를 남겼습니다.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가는 죄를 지었다며 통장에 남은 돈을 치료비와 요양비로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남겨진 가족들과 지인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일가족의 시신이 옮겨진 한 장례식장. 영안실을 찾은 부인 이모 씨의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혹시 생활이 많이 어려우셨는지요) …]

결국 유가족은 빈소를 차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장례식장 관계자 : 저한테 다시 오실 일이 없으시다고 해서 (고인을 모신) 차만 보내주겠다고 했어요.]

이웃 주민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웃 주민 : 그 집 딸과 가까운 사이여서 저희 아이가 조금 진정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은 학교였으니까요. (친했나요?) 네.]

강씨의 큰딸을 가르친 교사도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학교 교사 : 너무 활동적인 아이이고, 재미있고, 항상 웃는 아이였는데 담임 선생님도 지금 충격에 빠져 계세요.]

전문가들은 강씨가 엘리트로 살다 어려움을 겪게 되자 박탈감이 컸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수정 교수/경기대 범죄심리학 : 상당한 생활 수준을 유지했던 과거 자기 모습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결국 과거의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이 좌절감을 준 것입니다.]

명문대를 나와 외국계 IT기업 임원까지 지낸 엘리트 가장의 잘 나가던 인생은 갑작스레 닥친 실직과 함께 추락하면서 결국 참극으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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