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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3만8천원 부족해 불기소? '검사 비위' 유독 관대한 검찰

입력 2020-12-09 20:30 수정 2020-12-0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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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검찰이 술접대를 받았는데도 검사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은 걸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술자리에 머문 시간을 따져보니 4만 원 정도가 부족해서 재판에 못 넘겼다는 설명에 끼워 맞추려고 고차방정식까지 썼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조보경 기자입니다.

[조보경 기자]

참여연대는 수사팀이 검사 2명을 불기소한 것은 국민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소된 검사에게 뇌물 혐의가 아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도 판례와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임지봉/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 시점상 접대를 받을 때는 아직 (그 검사가) 김봉현 씨 수사팀에 들어가기 전이라는 이유로 뇌물죄 적용을 회피한 거 자체가 조금 법리상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

유독 검사들에게는 솜방망이인 '부실 수사'이자, 독점하는 기소권을 남용한 '봐주기 수사'라며 검찰을 견제할 공수처를 서둘러 설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접대받은 검사들을 고발한 시민단체에서도 수사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했습니다.

[김한메/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 : 국민의 시각에서 봤을 때 사회적 통념상 96만원이라는 술접대 받은 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면죄부를 준다면, 앞으로는 검사들한테 99만9천원까지만 술 사줘도 된다라는…]

온라인에선 검찰을 꼬집는 풍자도 이어졌습니다.

'검사님들을 위한 99만 원짜리 불기소 세트'라고 적힌 사진이 퍼졌습니다.

접대받은 비용이 100만 원에서 4만 원가량 모자라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걸 꼬집은 겁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비상식적인 결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수사팀은 검찰 밖의 인사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의 판단 결과도 같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 진짜 권력은 '불기소 권한'에서 나온다

[앵커]

이슈체커 오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검찰이 도대체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 질문하고 있습니다.

[오대영 기자]

'맞춤형 계산법'을 쓴 걸로 보입니다.

검찰이 스스로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데, 직무관련성을 보면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았습니다.

뇌물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에 넘기지 않은 검사 2명에게는 적극적으로 비용 논리를 제공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3만8천원입니다. 3만8천원 부족해서 기소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시민의 시각에서 보면 적극적이어야 할 때 소극적이었고, 적극적일 필요가 없을 때 적극적이었습니다.

[앵커]

검찰 개혁에서 지적하는 기소독점권은 보통 기소할 권한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소하지 않을 권한도 주목해야겠네요.

[오대영 기자]

검찰의 힘은 '칼집에 칼이 있을 때' 나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소하지 않음으로써 검찰의 힘을 더 보여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기소를 하지 않는 경우, 종종 봐왔습니다.

특히 검찰이 검사 관련 사건을 수사할 때 그랬습니다.

기소율이 1~2%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에겐 '플라스틱 칼'이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과 조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검찰 스스로가 웅변해줬습니다.

[앵커]

선택적 수사, 선택적 기소. 검찰의 잣대가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검찰의 권한이 남용될 수 있는 것이고요.

[오대영 기자]

지금부터 보실 사례는 좀 다릅니다.

한 시민의 이야기입니다. 검찰에서 정치인 비리를 진술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기소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무죄를 1심에서 선고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수사의 본질과는 다른 그런 사건으로 별건 기소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검사 술접대 사건의 처리 결과와 한번 비교해보시죠.

이상엽 기자가 보도합니다.

■ 정치인 잡으려는 검찰에…인생 바뀐 '콩나물사업가'

[이상엽 기자]

중국에서 콩나물 공장 사업가로 활동하던 장장원 씨.

1000만 원으로 시작한 사업은 중국 시장 300여 곳에 납품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한 방송엔 자수성가 스토리가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장씨 인생은 바뀌었습니다.

[장장원 : 청주지검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출국금지가 돼 있는 거예요.]

압수수색이 시작됐고 구속됐습니다.

혐의는 정치자금법, 변호사법 위반.

장씨 회사에 약 5억 원을 투자했던 A씨가 이 돈이 유력 정치인에 대한 청탁 명목이었다고 검찰에 진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장씨는 이 정치인의 동생과 동업을 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장장원 : (투자자 A씨가) '사업 인허가에 제가 도움을 주겠다'고 진술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별다른 물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장장원 : 포렌식으로 제 한국과 중국 휴대폰, 이메일 등에서 7000건이 나왔어요. (정치인과의 대화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검찰은 수사의 이유였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상법 위반, 사기까지 모두 7개 혐의로 장씨를 기소했습니다.

장씨는 전형적인 별건 기소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난 5월 법원은 정치자금법, 변호사법 위반, 사기 등 혐의를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상법 위반 등 혐의에만 일부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고 객관적 물증도 없다고 했습니다.

사기, 횡령 등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A씨가 검찰에 협력하려는 모습을 보이려고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장씨는 검찰이 자신도 회유했다고 주장합니다.

[장장원 : 검찰이 가지고 있는 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구형량, 하나는 공소장… '플리바기닝 아시죠?' 묻더라고요. '결과 보면 아실 겁니다'라고.]

청주지검은 "청탁 여부 판단은 항소심 재판에서 다시 한번 심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인권보호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출국금지가 풀리지 않은 장씨는 다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화면출처 : KBS)
(영상디자인 : 배장근·정수임·최수진 / 영상그래픽 : 박경민·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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